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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기념식 유감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금년은 1987년 6·10항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금년 기념식은 형식 면에서 다른 해의 기념식에 비해 비교적 괜찮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10년 만에 기념식에 참석했다. 정부 기념식이 옥내가 아닌 옥외에서 열린 것도 처음이다. 정부 차원의 첫 기념식이었던 20주년 기념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5주년 기념식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100여명이 모인 속에서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그리고 나서 5년이 지난 금년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5천명의 많은 인사가 함께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열려 화려하게 부활했다.

내용 면에서도 조금 나아졌다. 6월 항쟁 30주년을 즈음해 30년 전 프리랜서 외신기자로 민주화시위를 취재하며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든 사진을 찍었던 킴 뉴턴(현 애리조나대 교수)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그는 서울광장 기념식에 참석해 본인이 촬영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크게 재조명됐을 뿐 아니라 6월 민주항쟁 과정에서 부산에서 최루탄을 맞아 숨진 이태춘씨의 죽음도 알려졌다. 같은 죽음이지만 서울 명문대생인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에 비해 그의 죽음은 상대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뭐니 뭐니 해도 30주년 기념식이 남달랐던 것은 기념식 분위기다. 수구보수 정권이 통치하던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 기념식은 말할 것 없고 민주화운동세력이 주관하던 기념식(대개 6·10 항쟁 진원지인 덕수궁 옆 성공회성당에서 치러졌다)도 힘차고 의미 있게 치러지지 않았다. 해마다 열린 기념식에서 '혁명'이라는 단어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고, 6·10 민주항쟁을 계승하는 반정부 투쟁을 더욱 열심히 전개해 반드시 민주정부를 세워 내자는 뻔한 발언이 이어졌으며, 패배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반년 동안 수구보수 정권의 얼굴인 박근혜는 촛불혁명으로 탄핵됐고 민주적인 대통령이 조기 대선으로 집권했다. 참가자들은 승리를 자축했고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노래인 '광야에서'를 힘차게 합창했다.

하지만 유감이 커다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기념식은 우리의 투쟁을 기리는 자리여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투쟁을 성찰하고 그 투쟁의 올바른 계승을 결의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럼에도 촛불혁명 이후 처음 열린 이번 기념식에서 뚜렷한 혁명의 메시지를 접할 수 없었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드러내는 것이 좋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 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당부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스님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용마’ 이야기를 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기대와 요구가 매우 높지만,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용마 이야기’에 빗대서 했다. 노사정 대타협에 의한 문제해결 방향제시나 용마 이야기나 이해되는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임에 비춰 보면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반독재 민주화 시대는 끝이 났다. 새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민주적 경쟁상대로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하여 대화와 타협, 승복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2기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6월 항쟁 기념식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이나 지선 이사장의 발언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교체됐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4월 혁명 당시 이승만 정권이 타도된 지 몇 달 후 김수영 시인이 한 말마따나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꾸어 버린” 상태다.

수구지배세력의 정통성을 문제 삼지 않고 그들과 대타협으로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현 문재인 대통령이나 “반독재 민주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며 수구지배세력과 타협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아주 잘못 판단하고 있고, 이 경우 실패 위험성이 높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7일 안양에서 안양군포의왕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오후 4시부터 ‘87년 6월 그날의 현장 탐방’이 있었고,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6월 항쟁 30주년 기념식’을 했다. 이날 기념식은 서울에서 열린 여느 기념식들과는 많이 달랐다. 안양역에 전시된 기념 사진전에서는 6월 민주항쟁만이 아니라 7~9월 노동자 대투쟁과 91년 5월 안양병원에서 의문의 추락으로 사망한 박창수 열사 옥중살인 규탄투쟁 사진들이 전시됐다. 주제는 “함께 온 30년! 함께 갈 30년!”이었다.

기념식장에 참석한 사람은, 여성운동· 문화운동·환경운동 등 그 시기 이후 더욱 다양해진 민중운동 영역인 시민·사회운동 활동가들과 촛불혁명에 떨쳐나선 청소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 시기에 가열차게 투쟁하고 촛불혁명에도 함께한 늙은 남녀 노동자들이었다.

안양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6월 민주항쟁을 주도했고 그 여세를 몰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것은 6월 민주항쟁의 2막이었다. 그 당시 투쟁 대상이던 수구보수 지배세력은 여전히 이 나라의 갑으로 건재하다. 그들은 타협이나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과 변혁의 대상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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