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아파트 하자보수 민원과 상사의 질책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한 건설업체 신입사원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하태흥)는 H건설 신입사원이었던 A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2013년 1월 H건설에 입사한 A씨는 대전 소재 아파트단지 공사현장에서 입주민들의 아파트 하자보수 신청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아파트는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거래가가 분양가보다 하락했다.

입주민들의 불만은 무리한 하자보수 요구로 이어졌다. "책장의 책을 모두 빼고 다시 청소하라"는 입주자 항의에 청소작업자가 불쾌하다며 작업 도중 철수하자 A씨가 자비로 청소비 일부를 지급하기도 했다.

직장생활도 쉽지 않았다.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상사의 질책을 받은 뒤 A씨는 우울증세를 보였고, SNS에 업무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결국 A씨는 2014년 6월 자신이 담당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A씨의 죽음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이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량은 그 자체로 과중하다고 보이고, 신입사원으로서 비슷한 업무 경험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했던 탓에 입주민을 대면하고 응대하는 하자보수 업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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