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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작업자 레이노증후군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이태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 이태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건설현장·석산·탄광·석재가공 사업장에서 착암기·해머·오거드릴·그라인더 같은 진동공구를 다년간 취급한 직업력이 있는 노동자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손 또는 발의 말초 부위에 통증·저림·감각저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레이노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진동공구 작업자의 대표적인 직업병인 레이노증후군(진동신경염)은 추위·심리적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될 경우 손가락·발가락 말초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돼 피가 잘 흐르지 않는 허혈증상이 일어나고 손가락·발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는 병이다. 청색증이나 통증 또는 저림, 감각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버거씨병, 색전증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레이노증후군의 직업적 요인으로는 진동노출·한랭작업을 들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34조3항 별표3은 진동에 노출되는 부위에 발생하는 레이노현상·말초순환장해·말초신경장해·운동기능장해를 업무상질병으로 명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레이노증후군 업무처리 지침에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업무처리 지침에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업무처리 지침은 레이노증후군을 검사할 때 반드시 섭씨 10도 정도의 냉수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는 냉각부하 검사방법을 사용하도록 했다. 손가락이 창백하게 됐다가 적색으로 변화하는 정도의 색깔 변화가 육안으로 관찰되는 경우에만 레이노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말초관류를 확인하는 핵의학적 스캔검사인 레이노스캔이나 수지혈압 검사, 손톱압박 검사는 필요하면 활용하라고 예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레이노스캔이 레이노현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검사라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7. 3. 22. 2016누66195). 대한핵의학회는 핵의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레이노스캔 검사가 레이노증후군을 판단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론적으로는 레이노증후군을 진단할 때 육안에 의한 색조변화 관찰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냉각부하 검사시 항상 모두에게 색조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일부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만큼 재현성이 낮다고 봤다. 따라서 진찰 당일 실시한 냉각부하 검사에서 색조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낮고, 검사 당일 색조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레이노증후군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냈다.

보상 범위가 문제되는 산업재해에서는 중등도 판정을 위해 육안에 의한 색조변화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다. 이런 의견도 육안에 의한 색조변화 관찰은 민감도가 낮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산재요양 승인은 중등도 판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장해등급 판정과는 달리 주로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처리 지침에서 냉각부하 뒤 색조변화 관찰이나 사진촬영이 필수라고 하는 이유는 장애판정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동 판결에서 요양승인 단계에서 다른 검사방식을 배제하라는 취지라고 볼 수 없으며, 검사방식 자체로는 임상 양상을 고려한 레이노스캔 검사가 레이노증후군을 판단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 업무처리 지침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업무처리 지침은 진동노출 중단 후 2년 이내에 증상이 진단된 경우에 한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연구논문에 의하면 레이노증후군은 잠복기가 있는 질병이다. 잠복기는 1년부터 18년(평균 8년)까지 보고되고 있다. 업무처리 지침이 진동노출 중단 후 충분한 잠복기를 인정하지 않고, 2년 이내 증상 진단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레이노증후군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캐나다의 경우 진동으로 인한 백지현상에 대해 레이노증후군의 잠복기 특성을 고려해 직종에 따라 12년에서 16년의 잠복기를 인정하고 있다.

2년 이내 진단 기준은 외국 입법례와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이다. 산재보험법상 어떤 직업병도 유해작업요인에 노출 또는 퇴직 후 진단받아야 할 한계 시점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없다. 레이노증후군 업무처리 지침에서 정한 진단시 필수 검사방법과 진단시기 제한 문제는 재고해야 한다.

이태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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