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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필관리사 사용자성 우려? 마사회 시행세칙 '슬쩍 변경' 논란법무법인 자문 받아 올해 초 손봐 … 마필관리사 고용승인권·제재권 조항 삭제
   
▲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과 마사회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과 신동원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공동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고 박경근씨의 어머니도 참석해 “마필관리사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해석될 만한 규정과 시행세칙을 올해 초 손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마사회는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시행세칙 내용 중 마필관리사 ‘고용승인’을 ‘적합성 진단’으로 고치고, 마필관리사 자격승인에 관한 의결사항을 삭제했다. 당사자인 조교사들과 마필관리사들은 시행세칙 변경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법률자문 결과 “용어 수정하면 간접고용 오해 해소될 것”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는 올해 1월과 2월 경마시행규정과 시행세칙을 각각 개정했다. 마사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을 요구한 2013년 법무법인 두 곳에 마필관리사 고용형태와 관련한 자문을 구했다. 질의 요지는 마사회가 마필관리사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는지, 마사회의 고용승인권이 사용자성 징표가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리·감독 범위였다.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이들 법무법인은 마사회와 마필관리사 사이에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직접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1993년 개인마주제 시행 이후 마사회와 마필관리사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마주와 출주계약을 체결하고, 조교사와 마사 대부계약을 체결한다. 법무법인들은 마사회가 마필관리사와 직접적인 계약 없이 고용승인권과 제재권을 갖더라도, 업무가 마사회 소유·관리 장소에서 이뤄지더라도, 이는 경마산업 자체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마사회는 규정 중 ‘고용승인 취소’를 ‘경주마 관리금지’로, ‘고용승인’을 ‘결격 여부 확인’으로 대체하고 마필관리사 신원조회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필요한지를 법무법인에 문의했다.

A법무법인은 의견서에서 “개정 내용은 모두 적정하며 이로써 간접고용에 대한 오해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시행세칙에 있는 고용승인 불가 사유로 ‘기존에 수립한 인력운영 기준을 초과할 경우’를 명시한 부분과 관련해 A법무법인은 “오해 소지가 큰 부분이어서 삭제 여부를 검토하라”며 “마필관리사 급여를 결정하거나 근로조건을 마사회가 직접 형성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B법무법인은 ‘고용승인’이라는 용어와 승인요건에 관한 내용 중 면허행정 범위를 다소 넘는 요건 규정들이 사용자성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사회가 문의한 개정안에 대해서는 “현 규정상 다소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을 변경·삭제함으로써 사용자성에 관한 의심을 상당히 해소했다”며 “가능하면 경마시행을 위해 불가피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로 마사회 관여 권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개정 시행세칙, 조교사도 마필관리사도 몰라

마사회는 올해 2월 개정한 시행세칙에서 “마주의 등록, 조교사·기수의 면허, 말 관리사의 자격승인에 관한 의결사항”을 삭제하고, 말 관리사 ‘고용승인’ 규정을 ‘적합성 진단’으로 고쳤다. 법률자문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당사자인 조교사들과 마필관리사들은 시행세칙 내용이 개정된 사실을 몰랐다. 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 관계자는 “변경된 세칙에서 명칭이 변경되고 마필관리사 채용시 마사회가 실시하는 소정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는데도 고용주체인 조교사협회는 최근까지 전혀 몰랐다”며 “협회나 마필관리사와 조율이 되든 안 되든 마사회가 사전에 공지를 해야 하는데도 그런 과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동원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시행세칙은 마필관리사들에게 취업규칙이나 다름없는데 당사자들 모르게 변경했다”며 “변경한 내용도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사회 관계자는 “상금 비중이나 시험 변경같이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에게 큰 영향을 주는 변화가 있을 때 논의를 한다”며 “이번에는 용어만 변경한 거라서 특별히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마사회 "직접고용 불가" 고수, 이용득 의원, 전향적 해결 요구

부산경남경마장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씨가 마사회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지 이날로 23일이 지났다. 공공운수노조는 유족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마사회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임금체계 투명성 확보와 공식 사과·재발방지 약속·산재인정 협조 등 대부분 요구는 양측이 합의했다. 반면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요구는 마사회의 ‘불가’ 입장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 마사회 본관에서 노조와 이양호 마사회 회장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노조가 마필관리사 고용구조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회장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문제는 경마시스템을 93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문제"라며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마필관리사들만 채용하면 파견법 위반 우려가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용득 의원은 “마사회가 93년 개별마주제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던 마필관리사 등을 외주화했지만 여러 규정들과 이를 통한 관리 관행에서는 여전히 사용자 지위를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맞게 최근 부경 마필관리사 자살로 불거진 이들의 직접고용 문제를 마사회가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필관리사들이 조직된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연맹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는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마필관리사 죽음에 대한 책임을 마사회에 묻고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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