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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사회적 대화 성공하려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중도신당이 프랑스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젊은 프랑스 향방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지난 10일 경제민주주의와 사회적 대타협을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은 프랑스의 최근 상황과 대비된다. 프랑스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법 개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사회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전후 사회적 대화기구를 '헌법기구'로 전환했다. 노사와 시민·사회단체 대표(233명)가 참여한 경제사회위원회는 2008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변신했다. 경제사회위원회는 환경문제를 추가해 경제사회환경위원회로 바뀌었다. 위원회는 경제·사회·환경 정책을 포함해 공공재정에 관한 입법 자문을 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2012년 사회적 대화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참여인원을 300명으로 증원한 데 이어 사회적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장 마르크 에로 국무총리가 사회적 대토론회 책임자였다. 종전보다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이 높아졌다. 의제별 위원회를 이끌어 나가는 이들도 관련 부처 장관이었다.

올랑드 대통령도 힘을 실었다. 종전 사르코지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국회 입법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 것과 정반대였다. 올랑드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의제 설정·논의 방법·기간을 토론에 부쳐 결정했다. 적어도 사회적 대화를 국정운영 방식으로 삼았다.

올랑드 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절반의 타협만을 이끌어 내면서 한계를 보였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5개 노동단체 중 과반 조직률을 가진 2개 단체가 합의안에 반발하면서 이탈했다. 올랑드 정부는 주 35시간 노동제 폐지, 해고절차 완화, 사회보장 축소를 추진하면서 노동계의 신임을 잃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산업부 장관을 하면서 노동유연화와 실업·연금 수당 삭감을 추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노동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의 사회적 대화가 기로에 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적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내겠다고 공약했다.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올랑드 정부 시절 국무총리가 사회적 대화기구 책임자였던 프랑스 사례와 유사하다.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과 책임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양자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화 참여주체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중심으로 거시적인 의제를 논의한다는 점에서도 두 사례는 비교된다. 이러한 장점은 대화를 중단하거나 불참한 양대 노총이 참여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물론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출발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별도로 있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정부 이래 사회적 대화의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 이어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성사됐지만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채 반쪽 합의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입법작업을 위한 도구로 사회적 대타협을 활용하려 했다. 특히 '일괄 타결식'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했다. 일괄 타결식 사회적 대타협은 실패했고, 노사정 간 불신의 골만 커졌다. 이런 점은 프랑스 올랑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지역 단위에서 사회적 합의 사례가 여럿 나왔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노동시간단축 등 노사정 합의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추진하는 광주시도 사회적 대화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적 사회적 대화의 길을 개척하려면 이처럼 지역 단위, 산업·업종 단위에서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 때마침 조선업 구조조정과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등 중간 단위 사회적 대화 수요가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처럼 일괄 타결식 사회적 대타협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중앙 단위 사회적 대타협과 지역·산업 단위 사회적 대화는 상보적 관계다.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점을 잘 헤아려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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