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전도사고를 작업자 과실로 모는 듯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업자들이 장애물을 확인하지 않고 신호조차 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삼성중공업이 안전예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현장소장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거제경찰서는 올해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와 관련한 수사 결과를 15일 오전 발표했다. 경찰은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직원 25명(원청 17명·하청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8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을 비롯한 원청 소속 관리자 3명과 현장작업자 3명, 협력업체 소속 현장작업자 2명이다.

김아무개(61) 조선소장은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세우지 않고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 안전관리자와 크레인 운전수·신호수가 주위를 살피지 않고 작업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작업자 실수로 발생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노동계는 반발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통영거제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경찰은 크레인에 안전예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원청 사장 대신 아무런 권한도 없는 현장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며 "크레인 충돌의 직접적 원인 외에도 사고 발생으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거제지역 노동계는 더불어민주당과 사고 발생의 총체적 원인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내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원청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꼬리 자르기로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며 "강력한 재발방지대책 일환으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1일 노동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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