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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부와 민주노총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노총은 개혁 추진의 주체보다는 개혁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미 이런 기류가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민주노총을 아예 적폐로 규정하기도 한다. 노동시장·노사관계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지식인들도 민주노총을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개혁보다는 관행에 익숙한 낡은 진보로 치부하는 경우가 최근 많아졌다. 아쉽지만 민주노총이 시대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그렇다면 이 시대, 민주노총은 어떤 역할을 자임하고 또 그 역할을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핵심적으로 두 가지 쟁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시대전략. 민주노총의 가장 큰 곤란은 문재인 정부와 시대전략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몇 가지 작은 각론상 이견으로 정부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대전략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전략이기도 하고, 민주노총이 몇 년 전부터 투쟁의 이론적 근거로 사용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보면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의 시대전략은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이 문제로 삼는 것은 일자리위원회의 노총 TO, 갑을오토택 사측 변호인의 비서관 임명, 최저임금 1만원이나 전교조 합법화 의지 부족 등이다. 하지만 총론이 같은데 이 정도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 총파업까지 해야 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면 소득주도 성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노총 스스로일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소득 정체의 핵심은 상위 소득자가 아니라 하위 소득자의 임금 정체인데, 정작 민주노총 조합원의 다수는 상위 소득자에 속해 있다. 더군다나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실효성 있는 단체협약은 대부분 기업별 협약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소득 상승은 소득주도 성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민주노총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문제와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에 제기하는 문제의 경중을 따지자면, 전자가 더욱 무겁다. 민주노총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수록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혁신능력. 민주노총의 또 다른 곤란은 정부 혁신에 비춰 정체된 조직상태가 사회적으로 도드라져 보일 것이란 점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가진 것들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다. 정치방침이나 선거방침 같은 정치적 판단의 문제는 이미 대선에서 확인했듯 능력 밖 문제가 됐고, 일자리위 등의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도 원칙적·당위적 수준의 결정 외에는 어려운 것 같다. 정부에 제기하는 핵심 의제인 '노조할 권리'만 보더라도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조직 확대를 위한 사업기금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도가 없어 정부의 제도개선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조직 확장 의지나 전략이 불분명하다 보니, 민주노총 주변 사람들마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정부 소속 노동자 대변기구(노동회의소)에 지지를 보낸다.

한편 민주노총은 올해 말 두 번째 위원장 직선제 선거를 치른다. 민주노총이 올해를 어영부영 넘기면 '광장촛불-탄핵-대선-정권교체-정부기구 혁신'으로 이어지는 현 정부의 혁신과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민주노총의 자리를 문재인 정부 노동회의소가 차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노총이 올해 다른 모든 것들을 제쳐 두고 시대전략을 세우고 혁신능력을 배가하는 데 자원을 집중했으면 한다. 앞선 칼럼 ‘장기 저성장 시대의 개혁정부와 노동자’에서 썼듯,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선의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제약을 돌파하기는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권력기관 개혁과 약간의 소득 재분배 정도로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노동자 숨통을 틔울 수 있겠으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클 수 있다.

민주노총이 나서야 할 때는 바로 이때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개혁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할 때 극우파가 성장하며, 우파 포퓰리즘이 대세를 장악했다. 박근혜 게이트를 거치며 만들어진 소중한 국민적 개혁의지를 민주노총이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준비를 해야 한다. 방향 없는 투쟁, 보편성 없는 절박함, 급진성 없는 과격함으로는 개혁의 기수가 될 수 없다. 6·30 사회적 총파업이 투쟁 형식이나 구호에 집중하기보다는 민주노총의 시대적 과제를 결의하는 장이 되면 좋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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