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발표됐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인 조대엽 교수. 난마처럼 얽힌 노동현안에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이 대단한 터라 누가 노동정책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게 사실이다.

노동현장 반응은 다양하다. 의외라는 이들도 있었다. 노동조합운동 이력이 있는 여러 명망가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렸고, 그중 누가 장관직을 수행하더라도 무리가 없는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조대엽 교수를 추천했다. 그저 ‘캠프’ 인사이기 때문은 아니리라. 노동과 노동자를 책임질 조대엽 교수의 식견과 능력을 믿고 충분히 검증했으리라. 후보자와의 작은 인연을 떠나 필자도 그렇게 믿는다.

장관으로 나아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남아 있다. 국회는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엄격한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누누이 주장했지만 단연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돌려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하루빨리 취임해서 ‘일자리 정책’에 ‘노동’을 불어넣으라고 주문하고 싶다. 정부에서는 과감한 일자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장관의 부재가 보인 탓인지 조바심이 절로 난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실제 필요한 수요를 확인하고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 12일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일자리 예산을 편성한 이유와 쓰임새를 30여분 동안 차분히 안내했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럼에도 뭔가 과하거나 부족한 감이 있었다.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의 분석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비책까지. 이렇게까지나? 응원했던 시민들까지도 부담이 될 ‘일자리 개수’만 기억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염려까지. 문득 만약 일자리와 더불어 ‘노동’이 적절히 언급됐으면 어땠을까. 정부는 “거시적 대개조가 아니라 턱없이 낮은 ‘노동’조건에 작은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이다. 연설 준비 과정에 노동부 장관이 함께했다면 분명 이러한 제안을 했을 것이다.

“노동에 대한 이해가 있느냐”는 후보자 능력을 의심하는 기사도 보인다. 앞서 주장한 “노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일자리를 정책을 펼 적임자인가” 하는 물음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YES'다.

학문으로서의 ‘노동’에 대한 후보자의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노동연구를 책임져 온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를 새로이 한 것은 물론 스스로 ‘노동학’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꾸준하다. 양대 노총과 각 산별노조가 함께 연구작업을 이어 왔다. 지난해 말에는 ‘산별노조 발전전략 및 한국적 산별 노사관계 모형개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조직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이른 아침 한국노총을 방문해 연구소 포럼을 연 적이 있을 정도다.

노동의 시각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보는 통찰력도 있다. 지난해 3월30일 그가 몸담고 있는 고려대 노동대학원과 노동문제연구소에서 개최한 ‘산별교섭 어디로 가나?’ 제하의 심포지엄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금융노조 산별교섭에 금이 가는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이 절정을 향해 내달리는 엄혹한 때였다. 그래서인지 양대 노총과 산별노조 조합원들과 및 노사정 대표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그때 그가 한 발언은 이러했다. “우리 시대 노동문제의 근본에는 ‘산별교섭’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노동의 위기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에 걸쳐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요인에 결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정도 분석을 하는 이는 적지 않지만 그처럼 적극적으로 주장한 이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실천의지를 분명히 했다. “산별교섭의 첨예한 논쟁을 넘어 노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분명한 우리 사회 지향점으로 밝혔다. 불과 1년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묘하게도 그가 ‘노동의 가치’를 담당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실천이 남았을 뿐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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