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인천 송도에서 제동장치·조향장치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자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생산직 100% 비정규직 회사로 널리 알려진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주식회사다. 2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350여명이 조립·생산·생산관리·품질관리 등 생산에 관한 제반 업무를 수행한다.

주야 2교대 근무로 격주 일요일 오전에만 쉴 수 있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일요일이었던 올해 2월12일 불법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를 설립했다. 지회는 불법파견과 근로기준법 허용 한도를 넘어서는 장시간 노동 문제 등 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투쟁과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지회는 일단 형식적 사용자인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했다. 최종적으로 교섭이 결렬됐고 모든 법적 절차를 거쳐 지난달 30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원청인 만도헬라가 관리직 노동자들과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채용해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지회 파업을 무력화하는 데 원청이 나선 셈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사용자’가 쟁의행위기간 중 채용·대체·도급 방식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형식적 사용자’인 사내하청업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한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이 직접 노동자를 채용해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위 법에 위반되는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때문에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도급이든 파견이든’ 원청이 하청의 파업으로 인해 중단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대체하도록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기도 하다.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파업 실효성을 보장하려는 대체투입 금지 규정의 취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넓게 본다는 법리(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를 고려한다면, 현행법상으로도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동자를 대체 투입한 것을 위법행위라고 해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노동자와 노동 3권의 관점에서 법률을 해석하지 않는 노동부·검찰·법원의 소극적 태도가 이와 같은 꼼수를 방치하고 있다. 검찰이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2012년 노조탄압에 현대자동차가 개입한 건을 불기소했다가 정권이 교체된 뒤인 올해 5월19일에야 기소한 행태가 대표적인 예다.

입법 불비에 더해 친사용자적 법률 해석도 문제다. 노동부·검찰·법원은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간접고용 문제를 직시하고, 노동자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

지회 비정규 노동자들은 파업 중 모회사인 한라그룹 본사와 송도 공장, 광화문광장, 국회, 법원, 노동부 등 자신들의 싸움과 관련 있는 모든 현장을 다니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평균 33세 청년노동자들의 외침에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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