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집배원 9명이 과로사했다. 집배원이 두 달에 한 명꼴로 쓰러져 목숨을 잃자 집배노조는 올해 2월과 3월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12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우정사업본부 집배근로자 근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5일부터 닷새간 관할지역 4개 우체국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일부 집배원들은 살인적인 연장근로를 하고 있고, 대다수가 연차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무원 집배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고, 비공무원 집배원은 근기법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집배원 노동시간 규제 '제로'=대전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집배원 통상 출근시간은 아침 7~8시지만, 새벽 5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오후 6~9시께 퇴근했다.<표 참조> 4개 우체국의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월 53.5~64.4시간이나 됐고 명절이 있는 9월에는 84.6시간, 1월에는 77시간으로 치솟았다. 특히 대전유성우체국은 지난해 9월 평균 초과노동 103.9시간을 기록했다. 반면 연평균 연차휴가 사용일은 2.7일에 그쳤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집배원들은 1일 평균 1천통의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월평균 57시간의 연장 근무를 하는 등 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다”면서도 “집배원 대부분은 공무원보수규정과 복무규정 적용을 받는 공무원들로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되고, 비공무원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해 근로기준법 53조 연장근로의 제한 위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53조(연장근로의 제한)에 따르면 당사자 간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59조에서는 운수업·보관업·금융보험업·통신업·광고업·청소업 등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 집배원은 통신업에 해당한다. 우정직 공무원도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공무원 복무규정·공무원보수규정의 적용을 받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된다. 지난해 기준 우정직 공무원 1만2천229명, 별정국·특수지·상시계약집배원 4천115명이 근로시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대전지방노동청은 “근로기준 분야에서 특별한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실태조사로 마무리했다”며 “다만 장시간 근로 등 근로조건 개선 필요성이 있어서 개선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에서 대정노동청은 우정사업본부에 인력충원, 업무조정을 통해 집배원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 연차휴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뒤 대책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특례업종 폐기하고 근기법 적용해야”=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인력충원과 프로세스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4개 우체국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대책을) 확대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셀프 대책'이 아닌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노동시간 정상화와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지나 축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며 “모든 문제가 집약된 우정본부의 집배인력 문제 해결이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며칠 전에는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며 “경찰관·부사관·군무원·집배원·가축방역관까지 합쳐 국민 안전과 민생현장에서 일할 중앙과 지방공무원 1만2천명을 충원해 민생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휴게·식사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연가·병가 사용을 위한 예비인력도 없기 때문에 연간 600명씩 5년간 3천명 증원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인력 증원을 위한 단계적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배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근로기준법 59조에서 남용되는 특례업종으로 인해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노동시간을 무한히 허가하는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을 폐기하고 현업공무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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