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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보다 국민이 강해져야 한다박성식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박근혜 파면! 그 민심의 저변에는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나라, 바로 선 민주주의, 적폐청산의 열망이 있다고 믿는다. 헬조선의 무너진 삶이 밑불이 되지 않았다면 수개월 촛불항쟁은 중단됐을지도 모른다. 그 힘으로 사회대개혁을 수행해야 할 과제가 문재인 정부와 국민 스스로에게 주어졌다. 여기서 나는 “국민 스스로”를 강조해 보려 한다.

나 또한 신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다. 뭐가 달라져도 달라질 것이고,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지리멸렬했던 과거 정권의 개혁에 대한 교훈이 지금의 기대를 불안케 한다. 특히 ‘노동존중 사회’라는 대통령의 기치가 과연 무탈할지 걱정이다. 정권교체만으로 노동존중 평등사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 정권교체가 이미 수차례 증명했다. 한국의 뿌리 깊은 수구정치와 재벌, 보수언론 등 적폐세력도 돈과 권력을 퍼부어 개혁을 막아설 것이다.

다행히 아직 반동은 전열을 갖추지 못했다. 정규직화에 대한 한국경총의 반발도 대통령의 일침에 일보 후퇴했다. 자유한국당이 촛불개혁 10대 과제와 그중에서도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반대한다며 수구 정체성을 발휘하려 하지만 아직 지지여론이 붙지 않는 모양이다.

촛불민심이 살아 있는 “지금 당장”이 사회대개혁의 기틀을 다지는 골든타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통령의 한마디 말에 의지하고 개혁을 맡길 것인가. 그 성취는 충분히 보장받고 있을까. “지금 당장” 증명하라는 건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음표를 거둘 순 없다.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기세 또한 핵심이다. 정부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어제의 구조'에 따라 작동하는 체계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아직 '미래의 구조'는 형성되지 않았다. 보수적 시스템을 틀어쥔 기득권의 압력으로부터 정부는 늘 자유롭지 못하고, 어떤 정부든 그것이 개혁의 한계를 빚어낸다. 정부를 둘러싼 조건과 의지의 한계를 돌파하는 힘은 오직 강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부만 쳐다보고 가만히 있으면 과거의 지배는 되살아나고 개혁은 더 빨리 멈출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점에 주목한다. 명칭도 생소하고 뜻과 의도를 알기 어려운 ‘사회적 총파업’을 두고, “민주노총 왜 이래!” 힐난하는 여론이 있음을 안다. 총파업이 통상 대정부 정치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일각의 우려가 이해된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그 적절성을 두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대선과 신정부 이후 총파업은 그 성격이 다르다. 과거 총파업이 박근혜 퇴진을 핵심 요구로 내걸었다면, 사회적 총파업은 사회대개혁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주노총은 조직된 정규직 조합원의 고유한 이익보다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처럼 노조 없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등 수혜의 폭이 넓은 사회적 이해를 앞세우고자 한다. 그 실현을 막아서는 재벌대기업 등 보수기득권 체제에 맞선 투쟁이 사회적 총파업이다. 이로써 민주노총은 사회대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목소리가 결집되길 희망한다. 광장에 모인 사회대개혁 열망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힘차게’ 개혁을 밀고 나가길 바란다.

지난 6개월의 촛불로 잠시나마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됐다. 그렇듯 앞으로도 그 주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몇 년에 한 번 주어지는 투표권만으론 일상의 주권재민을 실현하지 못한다. 다시 문제는 보수적 시스템이다. 지난 정권의 노사정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60년 보수정치가 휘젓는 국회도 주권재민을 제대로 구현하진 못했다. 상당한 시스템 개혁이 안착되기 전까진 광장과 언론 등 열린 공간에서 활발하게 민심이 결집하고 표출돼야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다짐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은,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개혁해 보지 못한 영역, 즉 노사관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노동자 등 당사자 국민의 열망을 수용하고 근거로 삼을 때 개혁에 힘을 받을 수 있다. 일터와 내 삶이 바뀌어야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저임금 노동자가 가장 많은 나라, 비정규직 비율 1위, 장시간 노동 2위, 여성 임금차별 1위, 산재사망 1위, 노인빈곤율 1위로도 모자라 청년실업 체감률이 20%로 치닫는다. 재벌 사내유보금은 역대급으로 쌓였고, 반면 노동소득으로 살아가는 서민가계 부채는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삶이 달라지는 개혁, 문제는 노동이다. 노동조합을 불온시하고 노동소득 증가를 비용증가로 왜곡하는 적폐경영 청산 없인 어떤 개혁도 나은 삶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과거 민주정권의 개혁이 지리멸렬하고 오히려 저임금과 고용불안, 갈등구조를 양산했던 이유 또한 노동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노동을 배제하고 재벌 등 대자본만 국정 파트너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정권교체, 진정한 세상교체를 위한 돌파구는 바로 노동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정부와 안정적인 협의를 원한다. 동시에 지켜보기만 하는 개혁의 한계를 넘어 더 과감한 개혁의 문을 열기 위해선 더 많은 노동자와 시민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대통령 의지만으로 개혁을 가로막는 역공에 대처할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국민이 강해져야 한다.

박성식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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