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바뀌지 않으면 이번엔 본인이 죽겠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장은 서울·제주·부산경남 세 곳이다. 부산경남경마장은 세 곳 가운데 가장 경쟁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개장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부산경남경마장에서만 벌써 기수 2명과 마필관리사 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신동원(45·사진)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마사회가 경마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부산 시스템을 제주와 서울까지 확산시키려 한다”며 “이러다가 제주·서울 마필관리사들도 죽어 나가겠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 서울경마장은 개별고용이 아닌 조교사협회가 고용하고 단체교섭도 협회와 체결하고 있는데.

“부산경남경마장은 개별고용을 하는 데다 단체협약도 없다. 제주경마장은 개별고용이지만 조교사 대표들과 단체교섭을 체결한다. 그런데 최근 제주경마장도 개별 단체교섭을 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조교사협회도 해산했다. 20개 조 가운데 9개 조 조교사가 올해 1월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제주경마장도 단협이 무력화되고 있다.

서울경마장은 마사회가 마필관리사의 기본급과 복지를 위해 쓰는 부가순위상금을 축소하고 경쟁성 상금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경마장의 시스템도 언제 무너질 지 모른다.”

- 마사회는 개인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로 개별화된 시스템이 경마산업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노조 입장은.

“미국과 유럽은 말산업 인프라가 오랜 기간 잘 형성돼 있는 곳이다. 반면 아시아 말산업은 그렇지 않다. 99%가 베팅 경마다. 산업 구조가 다른데도 마사회가 선진 경마를 주장하면서 경쟁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사회는 경주 상금 경쟁을 통해 마필관리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상실감만 초래할 뿐이다. 경마장에는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주 결과에 말이 70%, 사람이 30%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30%에는 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 환경·시설여건까지 포함돼 있다. 마필관리사에게 경주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이 별로 없다. 경주 성적에 따라 임금이 크게 좌우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마필관리사 직종의 산재 발생률이 전체 업종 평균보다 25배나 높다.

“말을 돌보고 훈련시키다 발을 밟히거나 낙마하는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은폐된 산재도 많다. 매년 11월 말 마사회가 마방을 평가한다. 마방대부심사 평가요소 가운데 하나가 산재율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10~11월 사이에는 산재 신청을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산재율은 전체 점수에서 적은 비율이지만 1점 때문에 마방을 빼앗기기도 한다.”

- 국회에서도 마사회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일단 현안인 제주경마장 단협 해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온 단협을 지키고 노동조건 후퇴를 막아야 한다. 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통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함께 TF팀을 꾸려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한국 경마장 특성에 맞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향후 3개 경마장의 고용체계와 시스템이 동일하게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만큼 부산경남경마장 마필관리사들이 조직된 공공운수노조와 연대해 투쟁할 것이다. 마사회가 권한만 갖고 책임을 면하는 변종 간접고용, 조교사 개별고용은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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