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자들을 보는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겁니다.” 한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 1만원을 이렇게 정의했다. 청소일을 한다는 이유로 괄시받았던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이랴. 저임금 노동자들이 꿈처럼 얘기하던 최저임금 1만원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공약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적금 들고 싶다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 조합원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 조합원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곧 현실 임금이다. 그나마 동국대에는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지만 노조가 없는 빌딩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고 해서 임금이 결코 많은 게 아니다. 나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바로 삶의 질과 직결된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임금도 오른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적금을 들고 싶다. 지금 임금으로는 생활조차 빠듯하다. 노후자금을 모으지도 못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청소노동자 대다수가 장년층이다. 노후자금을 모아야 하지만 지금의 임금으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지금까지 못한 문화생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최저임금 1만원은 임금인상 이상의 의미다. 노후 문제고, 삶의 질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은 마트노동자 임금 인상
정민정 서비스연맹 교육선전국장

정민정 서비스연맹 교육선전국장

소위 대형마트 빅3라 불리우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시급은 6천600원~6천800원 수준으로 마치 회사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최저임금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손에 꼽히는 재벌기업들이지만,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가 다수다. 홈플러스노조가 임금교섭을 하고, 파업을 해도 시급만 비교하면 다른 마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마트노동자들은 투쟁으로 체득한 게 있다. 마트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는 개별 기업과의 교섭을 통해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만이 임금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나서고 있다. 2015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직접 참여해 마트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직접 이야기하고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일터인 매장 안팎에서 1인 시위·서명운동·촛불문화제 등 다양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국회 앞 농성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과 더불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마트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금 당장 1만원을 큰 목소리로 외칠 것이다.


최저임금 오르면 대학 가고 싶어요
김숙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시립중계요양원분회장

김숙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시립중계요양원분회장

시립중계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한 지 3년8개월 정도 됐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이거나 최저임금에서 몇백 원 더 주는 수준이다. 서울시립이지만 민간위탁으로 운영돼 생활임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맞벌이는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외벌이는 최저임금으로 아이들 교육비나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일단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다. 친목모임에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여행을 가는데 여행 가는 횟수도 늘리고 여유 있게 다니고 싶다.

그리고 최근에 꿈이 생겼다. 어르신 돌봄노동을 하다 보니 심리상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졌다. 예전에 전문대학을 마쳤는데 대학 편입을 통해 4년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 학자금을 마련하려면 임금이 충분히 올라야 한다.

지금도 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병원은 임금을 올리면 운영이 어렵다고 말한다. 바닥 기준인 최저임금이 확 올라야 우리 삶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 39세 이하 청년의 약 18%가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의 1.2배 수준까지 감안하면 32%의 청년 노동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노동조합에 속하지 못한 여건에서 최저임금 협상은 곧 청년들의 임금협상이다. 최저임금 본연의 목적은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이 여전히 단신근로자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과감한 인상이 필요하다.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이미 급격하게 오른 월세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서 청년들의 기대가 높다. 청년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탄생한 정부인만큼,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수당 삭감 꼼수 막고, 차별시정 제도 바꾸자
서필상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

서필상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

지역농축협에는 계약직과 업무직 그리고 최하위직급인 7급직까지, 시간제 업무보조원을 빼고도 2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지역농축협은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맞추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시급을 최저임금에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줄여서 최저임금을 맞춘다.

지난해는 농협중앙회의 권고로 전국 1천131개 농협 중 320여개 농협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휴일을 무급으로 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월 소정근로시간을 226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지금도 취업규칙 후퇴는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해마다 인상되지만 총액임금은 그대로인 것이다. 현장에선 각종 복리후생비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만연해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당연하지만, 복리후생비 차별만 개선해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효과가 나올 정도다. 비정규직을 차별하면 사용자를 처벌하고 당사자 외에도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만큼 중요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