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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당 의원과 특수고용직의 악연

특수고용직을 생각하면 두 인물이 떠오른다. 지난 19대 국회 시절 새누리당 소속으로 활약한 이완영·권성동 의원이다. 두 의원은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막는 데 선봉이었다.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조차 막아설 정도였다. 두 의원은 그야말로 환상의 파트너였다. 이완영·권성동 의원은 19대 국회 전반기에 환경노동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를 분수령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이완영 의원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바른정당으로 정당을 갈아탔다.

상임위가 달랐던 두 의원이 공조한 사연은 이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했다. 보험모집인 등 6개 직종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실제 가입률은 9.8%에 불과했다. 기존 제도가 특수고용직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임의가입’으로 설계된 탓이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삼은 터라 새누리당은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한국노총 출신 최봉홍 전 새누리당 의원이 여당에서 총대를 멨다. 최 전 의원은 임의가입 방식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가입률을 제고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야 합의가 임박한 가운데 강력한 딴죽을 거는 이가 등장했는데 바로 이완영 의원이었다. 그는 법안을 제출한 최 전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이자 노동부 관료 출신이었다.

이완영 의원은 당시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의무가입으로 민간회사의 고정비용이 늘어나 수익이 악화된다”며 “산재보험법 강행처리는 야당과 친야 노동계의 세력화에만 도움이 된다”고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최 전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환경노동위 문턱을 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법사위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이 이완영 의원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권성동 의원은 “우리 당 환노위 의원 한 분이 전화해 법안 통과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며 법안심사를 보류했다. 권 의원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이완영 의원이었다.

여야 합의로 법안을 넘긴 환노위가 월권이라고 항의했음에도 법사위는 요지부동이었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확대법안은 끝내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같은 당끼리 벌인 해프닝의 주연은 이완영 의원, 조연은 권성동 의원이었다. 이처럼 이완영·권성동 의원은 특수고용직과 ‘악연’으로 맺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특수고용직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직 노동 3권 보장을 주문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이 2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수고용직 4대 보험 적용률은 10% 이하, 노조조직률은 고작 3%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특수고용직 4대 보험 가입 확대와 노동 3권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새 정부와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높아진 것은 이러한 변화를 체감해서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완영 의원이 그토록 엄호했던 보험업계는 “보험모집인은 단체보험에 가입해 있고 혜택도 좋아 산재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다. 보험업계는 민간보험 혜택을 내세우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민간보험 보장범위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보험업계는 특수고용직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더 비싼 보험료를 챙기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보험회사는 보험모집인과 모집계약을 체결할 때 자사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내건다. 보험모집인은 산재보험 가입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보험업계가 이런 관행을 은폐한 채 반대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도 보험업계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일부 특수고용직의 ‘적용제외’ 조항을 담았다. 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의무가입도 임의가입도 아닌 애매한 법안이 된다. 보험업계 민원을 해결해 주는 격이다.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 시절 최봉홍 전 의원이 제출했던 법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확대에 ‘닥치고 반대’했던 이완영·권성동 의원의 악몽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와 20대 국회는 보험업계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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