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한울원전(옛 울진원전) 하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가 점입가경이다.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고발이 이뤄졌지만 9개월째 미적거리는 사이 노동자들은 8일로 112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원청인 한수원은 쟁의행위를 하면 하청회사와 맺은 위탁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계약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경북일반노조에 따르면 경북 양북면 한수원 본사와 경북 울진군 한울사업본부 앞에서 노조간부와 수산인더스트리 현장위원회 조합원들이 각각 58일과 112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수산인더스트리는 한울원전 5·6호기 발전설비 점검·정비업무를 하고 있다. 노동자는 100여명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4월 수산인더스트리 현장위원회 설립이다. 설립 직후부터 수산인더스트리는 노동자들에게 현장위원회 탈퇴를 압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같은달 19일부터 김아무개 전무이사를 비롯한 사측 인사들이 조합원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노조를 막지 못하면 한수원으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한다"는 취지로 탈퇴를 요구했다.

3일 뒤에는 전 직원을 소집해 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측 관리자는 직접 노조 탈퇴서를 작성해 배부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 들어 사측이 개별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탈퇴를 압박했고, 진급에서 누락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며 “촉탁직 직원들에게는 계약해지를 협박해 상당수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고 밝혔다.

현장위 설립 당시 76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32명으로 줄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노조가 신청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노동부는 지난해 6월 접수된 사건을 올해 3월에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산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설명회를 연 것은 필수유지업무인 원자력발전 업무 특성상 쟁의행위시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안내하기 위한 것으로 노조 탈퇴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였다”며 “일부 직원들로부터 노조 탈퇴 방법을 안내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탈퇴서를 배포한 것인데 담당자가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며 현장위원회 해산에 목을 맨 것은 한수원과 체결한 계약 조건 때문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수산인더스트리와 체결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서 △노사분규로 원전운전 지장 초례시 즉시 계약해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쟁의행위 등으로 정비 지연시 전문인력 투입 등 시정조치 요구 △쟁의행위에 따른 비용청구 조항을 명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수원이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려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약상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있어 담당 부서에서 현재 해명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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