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단체 262명 손배 굴레 갇혀=“경찰은 2009년 쌍용자동차 점거파업 진압작전에서 발생한 차량·헬기·기중기 손해와 상해를 입은 경찰 진료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노동자들에게 약 16억7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살아남겠다고 발버둥 치는 해고노동자들에게 사법부는 항소심에서 약 11억6천800만원을 경찰에 배상하라고 판결했죠.”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8일 오후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지부장은 “지금도 매일 62만원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하고 있다”며 “해고노동자들은 국가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재 해고노동자들이 갚아야 하는 지연손해금만 6억2천400만원이다.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에게 해군은 34억4천829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희망버스를 탄 시민들에게 경찰은 1천529만원 규모의 손배해상을 청구했다. 2015년 5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범국민대회 참석자에게는 8천985만원, 같은해 민주노총 노동절 집회 참가자에게는 2천218만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관련해 5억1천709만원이, 2015년 민중총궐기 참가자에게 3억8천667만원이, 유성기업 직장폐쇄에 맞서 집회·시위를 한 노동자들에게 1억1천70만원이 청구됐다. 국가는 27개 단체 262명에게 62억5천969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경찰은 집회 과정에 발생한 물품 파손과 경찰의 정신적 피해마저 집회 책임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피해를 보상하고 책임을 져야 할 상대는 시민들이 아닌 정부”라고 비판했다.
◇“국가, 국민 기본권 보호할 주체”=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강정마을 주민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을 약속했다. 최근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통령께서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제주도와 협의해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자고 한 것으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남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남용을 제안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철회와 사면복권 뜻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헌법상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부당한 손배·가압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국가는 기본권을 행사할 주체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진 주체”라며 “공권력 행사 때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위헌적 공권력 행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입법적 조치를 포함해 근본적인 권력 남용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손해배상 청구 대응 모임은 이날 국민인수위원회에 부당한 손배·가압류 청구 철회와 국가의 손배가압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수립을 담은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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