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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 사망사고 이후 무엇이 변했나 ②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얼마 전 군수업체 하청을 받아 금속 부품을 제조하는 사업장 노동자들을 만났다. 모두들 근골격계질환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일 10시간 가까운 장시간 근로와 주 6일 근무로 몸이 쉴 시간이 없고 분업화돼 자신이 맡은 작업에서 자주 쓰는 근골격계 부위가 지속적으로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중 한 분은 만들어진 부품을 모아 노끈으로 묶는 작업만 하루 종일 하는데, 양손 모두 수근관 증후군 증상이 있었다. 한 손가락 뿌리 쪽에는 방아쇠 수지, 다른 한쪽 손목은 건초염 증상이 있었다. 손을 많이 써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근골격계질환을 모두 가진 셈이다.

다른 한 분은 양손에 진동증후군 증상이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철재를 잡고 기계에 밀어 넣는 작업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기계 진동을 고스란히 양손으로 다 받아 내면서 일해 왔다고 했다. 손가락 끝 부위 감각이 많이 소실됐고 겨울에는 백지증과 손 저림 때문에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진동증후군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때문에 설비 개선을 통해 진동이 인체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진동 노출작업 중간에 휴식시간을 충분하게 주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이렇게 여러 근골격계질환으로 고생할 때까지 사업주는 작업환경 개선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2015년 금속노조가 작성한 ‘2016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로 얼마나 개선됐는지 체감 정도를 묻자 “부족하거나 미비하다”는 응답이 60%나 됐다. 실제 증상이 있는 분들이 추가 진료나 정밀검사를 받는 경우는 50%밖에 되지 않았다. 힘겨운 투쟁 끝에 법제화한 내용인데도 근골격계 유해요인에 대한 관리효과가 매우 미미하다. 형식적으로 진행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로 오히려 사업주가 면죄부를 얻고 있다.

2008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산업안전보건제도개선위원회 합의 내용을 보면 특수건강검진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물론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안전보건관리대행 사업 실효성 제고 및 제도개선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하겠다던 특수건강진단과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안전보건관리대행 그 어느 것도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을 다루는 근본적인 틀을 전혀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은 노동자에게 가장 흔하고 강력한 유해요인이다. 그래서 당연히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의 평가 뒤에 진료 권고, 일시적인 작업 중지 및 치료 후 복귀, 영구적인 작업전환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근골격계질환이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로 다뤄진 적이 없다. 현재 특수건강진단에서 진단된 직업병은 소음성 난청이 대부분(90% 이상)이다. 만약 특수건강진단 항목에 근골격계 유해요인이 포함된다면 소음성 난청만큼 근골격계질환이 진단될 수 있을 것이다.

근골격계질환은 유럽에서 진단된 직업병 중 39%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중요한 직업병이다. 이렇게 중요한 직업병을 왜 특수건강진단에서 다루지 않을까.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에서 따로 자세하게 다룬다고 하지만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처럼 특수건강진단 사전조사 자료로 활용되는 성격의 것이어야 한다. 유해인자 노출 수준에 따른 개인의 감수성이 다르고, 개인에게 실제 질환으로 진행될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업환경 측정 후에 특수건강진단을 통한 건강검진이 당연히 시행돼야 되는 것처럼 근골격계질환도 유해요인조사 이후에 특수건강진단을 통한 개인별 평가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작업 가능 여부, 치료 방침 등을 추가적으로 판단하고 이후 보건관리대행을 통해 근골격계 질환자들의 사후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특수건강진단에서 의사들은 반나절 만에 100명을 몰아서 본다. 문진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줄을 매일 접하는 현실에서 근골격계 문진을 함께 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하지만 2002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에 대한 법제화, 2008년 노사정위 합의 등을 거치면서도 개선되지 않은 근골격계질환 관리는 특수건강진단 틀에서 다루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니, 이전부터 중요한 작업 내 유해인자로 당연히 특수건강진단에서 다뤘어야 할 사안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을 먼저 정상적인 위치에 두고 그에 필요한 현실적인 개선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권종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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