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국가인권위원회가 ‘또다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권고를 내놓았다. 인권위는 노무현 정부 말기였던 2007년 10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법·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직장(사업장) 가입자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실질적으로는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임에도 계약의 형식을 이유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자(이른바 '위장자영인')에게는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적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법률을 제·개정할 것을 국회의장과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는 노동계의 저항을 무릅쓰고 노무현 정부와 여당(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며 밀어붙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개악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내내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문제를 유보하다가 김진표 의원(지금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표발의 형식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직후이기도 했다. 여기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의 조직 및 사업주와의 협의는 허용하되,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 즉 파업은 전면 금지해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었다.

즉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유보하다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전면 부정하는 사실상의 정부 청부입법안이 처음으로 국회에 발의된 직후에, 인권위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입법을 권고했던 것이다.

인권위 권고는 이후 철저히 무시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뿐만 아니라 해고자와 실업자를 조직대상에 포함시키는 규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건설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법외노조가 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협박(시정명령)을 받았다. 청년유니온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설립신고증을 받았으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끝내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제 꼭 10년 만에 인권위가 다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권고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10년 전보다 더욱 간명하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권고의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는 인권위 권고를 받은 각급 기관의 수용률을 높이고, 수용 여부나 불수용 사유를 인권위에 회신하지 않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10년 전 노동 3권 보장을 유보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가장 가깝게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조직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건설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에 규약 시정명령을 내렸던 것을 철회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4호 단서 라목의 ‘근로자가 아닌 자’가 조직대상이라는 명분으로 구직 중인 자와 실업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에 대해 설립신고증을 주지 않는 노동부의 위법한 행정을 시정할 수 있다. 더구나 이것은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따르는 것이자,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는 여당 소속 한정애 의원(현 국정기획자문위 사회분과위원)이 발의해 놓은 노조법 개정안, 즉 노동조합을 조직·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 범위를 현실에 맞게 확장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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