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18부·5처·17청 체제로 정부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 지 한 달이 돼 간다. 정부조직도 윤곽을 드러냈다. 정말이지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짧은 기간인데도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기간이 아니라 의지가 문제”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굳은 의지가 퇴색하지 않고 국정목표가 차곡차곡 실행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아직까지 대부분 큰 과오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필자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아니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부조직법을 바꾸면서 왜 고용노동부를 제자리로 돌리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형용모순을 넘어 노동기본권의 집행담당 부서로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라는 점은 노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도 남지 않는가. 얼마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노동부’ 회복을 언급한 터라 실망은 더 크다.

안(案)일 뿐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때 반드시 노동부 이름을 되찾아 주길 바란다. 여타 부서처럼 조직을 개편하거나 구성원 이동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니다.

걱정은 또 있다. 장관이 지명된 부처도 있지만 노동부는 그렇지 않다. 하루빨리 새로운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기조가 ‘노동’이기도 하거니와 긴급히 풀어야 할 노동문제가 산적해 있지 않는가. 그저 간단하게만 보이는 양대 지침이나 성과연봉제 등 위법한 행정지침 폐기도 최종적으로는 노동부 장관이 거둬들일 문제다. 예년 같았으면 7월께 고시해야 할 내년 최저임금도 노동부 장관의 주요 책무다.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 집행을 지난 정부 장관에게 맡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참에 새로운 노동부 장관이 갖춰야 할 자격에 대한 나름의 생각까지 제안해 본다. 무엇보다 노동기본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는 경제부처장관회의에 열을 맞춰 선 노동부 장관의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노동은 그저 경제논리를 세우는 도구로 전락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이 유연해야 한다”는 개발논리에 침묵했다.

이제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일자리 늘리기에 노동부는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평범한 노동자와 시민들은 노동부 장관이 더 이상 경제부처장관회의 구색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아마 새 정부 생각도 그러할 것이다. 개발에 맞서 환경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

새 장관은 노동조합을 노동정책 집행의 중심에 두는 사람이어야 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에 관심이 있다면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겠지만 그렇다고 노동조합을 정책 집행의 중심에 두는 것과는 별개다.

어쩌면 조직화된 노동자에 비해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미조직 노동자 중심 정책을 준비할지도 모른다. 노조조직률 10%와 나머지 90% 노동자 중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백이면 백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이 정도라면 ‘선의’ 아니겠는가.

그러나 ‘최선’의 정책이 되긴 어렵다.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 정권이 추진한 그저 그런 일자리 정책의 반복일 뿐이다.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노동권이 보장되는, 노동조합이 지켜 주는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답은 간단한다. 열악한 노조조직률과 그 구성원을 숫자가 적다고 배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펴는 게 순리 아니냐”는 반론에 일응 동의한다. 그러나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펴되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일자리 아니겠는가.

노조조직률이 배가되면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일차적이고 근원적인 배분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사용자와 자본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자연스레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노동조합 교과서에 나오는 오래된 일반이론이다. 단체협약 적용률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이제나 저제나 오늘도 이런 모습의 노동부와 그 장관을 그려 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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