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5년(2013~2017년) 동안 기간제를 단 한 명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55곳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시장 차별실태와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최근 5년간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 전환을 한 명도 하지 않은 곳은 공공기관 36곳, 지방자치단체 13곳, 교육기관 5곳, 지방공기업 1곳으로 조사됐다”며 “한국철도공사같이 사업장 규모와 비정규직 규모가 큰 곳에서 기간제 비정규직을 단 한 명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와 개별 기관의 의지 문제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서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차별시정 제도 효과 낮아

김종진 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개선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간접고용 문제를 포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고용 기간제 문제조차 실효성 있게 해결하지 못했다”며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사유를 폭넓게 적용해 기간제 비정규직 가운데 전환 예외대상이 85%나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비율은 16.8%에 그쳤다. 55.1%는 계약기간 만료 후 계약을 종료했고 전환 대상 제외사유로 계속 고용한 비율은 21.4%였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령에서 정한 전환 대상 제외사유는 전문직·일시직·단기사업·고소득·전문직 등 18가지나 된다. 폭넓은 전환 대상 제외사유가 무기계약 전환의 제약조건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과 함께 차별시정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별시정 제도를 시행한 2007년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신청은 1천695건이었다. 2008년에는 5천850건으로 치솟았는데, 2009년 287건으로 뚝 떨어진 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차별시정 제도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며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만료 비율이 절반 정도 되는 상황에서 개별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 뒤에 닥칠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개선 방안으로 △공공기관·대기업의 비정규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국가고용통계 사이트 구축 △상시·지속업무 규정 확대와 정규직 전환 예외대상 대폭 축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 적용을 제안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황수옥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차별금지 규정은 개별법으로 나뉘어져 있다. 근로기준법·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로 분산돼 있다. 피해자 구제 규정과 관할기관도 제각각이다. 황 연구위원은 “개별적으로 분산돼 있는 차별금지 규정으로는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며 “차별 개념을 명확히 하고 구제 시스템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거나 성별 직무분리로 임금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을 억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영국 사례처럼 비교대상 근로자를 현재 존재하는 근로자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교대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면 과거 정규직이 수행하던 업무를 비정규직 업무로 분리해 임금을 차별하는 행태를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형수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좋은 일자리 정책은 차별 없는 노동시장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고용안정만 보장하는 것은 진정한 차별해소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만연한 차별을 규제하는 제도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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