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링스코리아노조
현금수송업체 브링스코리아 서울 마포남사무소에서 일하는 ㅊ씨는 최근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며칠 전 자신에게 걸려 온 팀장의 전화 한 통 때문이다. 팀장 A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ㅊ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에 조합원 몇 명이 노조탈퇴 문의를 하던데, 너는 생각이 어떠냐"고 물었다.

"탈퇴할 생각이 없다"는 ㅊ씨의 단호한 대답에도 A씨는 "친한 동생이라 걱정돼 얘기했다"거나 "노조위원장이 얼마나 오래 (재임)했냐" 혹은 "조합생활을 하려면 똑바로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악화한 노사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ㅊ씨는 사흘 뒤 사무소 전 직원이 보는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A씨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퇴사하겠다"고 밝혔다.<사진 참조>

그는 "분명히 노동조합 탈퇴할 마음이 없다고 했는데도 전화통화로 집행부가 어떻다느니, 위원장이 얼마나 오래 했니 이런 말씀하시는 거 자체가 조합을 와해시키려고 전화한 거 아니냐"며 "그 전화 한 통 때문에 주말 내내 스트레스 받고 회사를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노조탈퇴 질문 왜 하냐" 비판 후 퇴사=6일 브링스코리아노조(위원장 조승원)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이 상사에게 노조탈퇴 압박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브링스코리아 서울 종암사무소에서는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들과의 근무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뒤 업무배치에 차별을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본지 6월1일자 2면 "현금수송업체 브링스코리아 '메신저 선호도 조사' 논란" 기사 참조>

ㅊ씨가 단톡방에 통화 내용을 폭로한 뒤 A씨는 같은 단톡방에 "본인이 조합 탈퇴를 권유했다고 했는데 바보 아닌 이상 내가 탈퇴를 권유할 이유도 없고, 한마디로 동생아 조합생활 똑바로 해라(고 한 것)"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개인적으로 동생에게 한 말이 상처가 됐으면 다시 한 번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ㅊ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가) 직접적으로 노조를 탈퇴하라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런 질문 자체가 노조를 탈퇴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졌다"며 "다른 사무소에서도 조합원들이 따돌림당하고 있다던데, 노조활동이 그리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ㅊ씨는 이달 16일 퇴사한다.

◇조합원 10명 중 3명 "차별받았다"=조승원 위원장은 일련의 사건을 두고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 이후 노사관계가 악화했고, 올해 2월 회사 주도로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가 선출된 후부터는 서울의 몇몇 사무소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 업무에 차별을 두거나 노조를 비방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종암사무소와 강서사무소 단톡방에는 토씨까지 같은 노조 비판 글이 게시됐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노조 비방글을 공유하면서 노조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노조가 설문조사업체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조합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최근 현장사무소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 현장업무를 배치하면서 차별적 조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 조합원 127명 중 33명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편성 인원 구성이나 스케줄 불이익, 근무시간 축소와 수당 감소를 겪었다는 이들이 많았다. 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업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차별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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