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산업재해 중 가장 힘들고 마음이 무거운 사건이다. 유족뿐만 아니라 대리인들도 접근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인정을 위해서는 일단 자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인정요건과 접근방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법 37조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않는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살은 기본적으로 고의적 행위이고, 자해행위지만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로 평가된 조건하에서 발생된 행위일 경우 예외적으로 업무상재해로 인정한다"는 취지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36조는 세 가지 유형으로 자살의 산재인정 요건을 구분하고 있다. 첫째 유형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 경력이 있는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로 평가할 수 있을 조건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다.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이 미리 산재승인을 받은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유형은 업무상재해로 산재승인을 받은 사람이 요양 중에 업무상재해로 정신적 이상 상태로 평가할 수 있는 조건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다. 셋째 유형은 정신질환이나 업무상재해로 요양 중인 경우가 아닌 경우에서 업무상의 사유(과로나 스트레스 등)로 급작스럽게 정신적 이상 상태로 평가될 수 있는 조건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다.

산재보험법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가 시행령에서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와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로 범위가 좁혀져서 규정되고 있다. 산재보험법 취지를 감안할 때 시행령 36조의 각 유형은 자해행위 또는 자살의 예시규정일 뿐이다. 세 가지 유형 외의 자살도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일단 자살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지 여부다. 특히 입사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 발병·치료기록이 있을 경우 산재를 승인받는 데 유리하다. 당해 정신질환이 이미 산재승인을 받았다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정신질환 치료 등에 대한 의무기록지의 내용이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둘째, 자살사건은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대상이다. 산재인정 여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질병판정위 위원의 견해다. 정신질환 치료병력이 없을 경우 자살 이전 언행이나 심리변화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유서·이메일·메모·확인서 등으로 일자별·기간별 구분을 통해 우울증 등 정신적 이상 상태가 심해지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과 등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의무기록지상 불안·불면·수면 등의 증상을 증명해야 한다.

셋째, 스트레스 요인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질병판정위에서 “사실상 그 정도의 스트레스는 다른 이들에게도 발생하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볼 경우에는 산재로 인정되기 어렵다. 재해자에게 발생한 스트레스 요인(실적압박·승진문제·업무변경·업무가중·동료 간 갈등·감정노동·초과근로·업무특성·사업주 질책·부당전보·부당해고 등)이 굉장히 심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넷째, 질병판정위는 개인적 취약성 등 업무 외적인 요인에 보다 많은 가중치를 둔다. 초기 경찰 조사기록(내사보고서·진술조서 등) 일체를 정보공개 신청해 조사 결과가 유리하다면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재해자의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확보해 재해자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또한 가족의 건강보험요양급여 내역 등을 확보해 유전적·개인적 속성에 의해 발병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다섯째, 근로복지공단의 기본적인 입장은 "자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7두2029 판결, 2011두24644 판결)는 것인데, 이는 예외적인 판결일 뿐 법원 입장의 주류는 "자살 또한 재해자 본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두3944 판결, 2011두11785 판결)는 것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자살사건을 심의할 때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본 의학적 평가에 치우치고 있다. 자살사건이 공단에 비해 법원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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