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산업재해 사고가 여덟 번이나 발생했다. 그런데 모두 공상으로 처리했다. 한 분은 병원비가 5만원 나왔는데, 센터 관리자가 못 주겠다고 했다더라. 우리가 확인한 것만 이 정도다.”

최영열(49·사진)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장은 "협력업체 설치·수리기사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업을 하다 전봇대·계단에서 떨어져 다쳐도 산재신청을 하기 힘들다며 한 말이다. 기사들은 해마다 업체 교체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근속은 인정받지 못한다.

같은 업계인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방식으로 수리기사 직접고용 방침을 발표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영열 지부장은 "LG유플러스가 실적으로 협력업체를 줄 세우다 보니 수리기사들에 대한 중간착취가 심하다"며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사무실에서 최영열 지부장을 만났다.

- 최근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통해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생각이 들 것 같다.

“수리기사들은 고용불안과 실적·영업압박에 시달린다. SK브로드밴드 사례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SK브로드밴드 직원들은 1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진 않겠구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노동법 위반이 지금보다는 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원청 직접고용 방식이 아니어서 우려 목소리도 있는데.

"자회사라 하더라도 복지나 임금체계 등 노동조건이 어떤지, 원청이 주도하는 자회사인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SK브로드밴드는 노조가 협상을 통해 자회사형 직접고용을 이뤄 낸 것이다. 그 정도 방식의 자회사라면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은 아닌 것 같다."

- LG유플러스가 자회사형 직접고용을 제안한다면.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와 기업구조가 다른 만큼 직접고용 형태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SK는 인터넷·IPTV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와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SK텔레콤이 별도 법인으로 존재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별도 법인 없이 모든 관련 사업을 한다. LG유플러스 안에 유선사업본부가 따로 있다. 거기에 우리를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본다.”

- 직접고용 전환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5월 말부터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합원 설명회를 하고 있다. 광주·부산·대구·전주 일부를 돌았다.”

- 조합원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소개한다면.

“LG유플러스가 나쁜 일자리를 만들고 있고, 이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과 고객들에게 알리자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6월 말에서 7월 초에 쟁의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

- 수리기사 처우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급여체계를 보면 실적급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건당 실적을 올리려면 빠른 시간 안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해마다 업체가 바뀌고 근로기준법 보호도 받지 못한다. 진정성 있게 고객을 대하기 힘들지 않겠나.”

- 방송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만 직접고용 방침을 발표하지 않았다.

“삼파전인 방송통신업계에서 LG유플러스는 KT·SK에 이어 3위다.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꼴찌를 못 벗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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