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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파행사태 선수교체로 해결하나

이달 말이면 내년에 적용할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를 결정하는데, 현재 개점휴업 중이다. 노동자위원은 회의에 불참하고, 최저임금위원장조차 없다. 최저임금 결정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1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인상률이 평균 7~8%였다.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은 시간당 6천470원이다. 파행 상태인 최저임금위가 두 배 인상률을 달성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위 결정과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꼬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와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갈등의 연속이었다. 물가상승률과 최저생계비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함에도 경영계는 매번 ‘동결’을 주장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의 중간선에서 기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인상률이 7~8%대에서 결정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 선출을 좌우하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겉으로는 공익위원 중재안인데, 실질적으론 정부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위원들은 이런 결정 방식에 항의해 퇴장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최저임금위는 어김없이 불능상태에 빠진다.

현재 최저임금위원장은 공석이다. "노동자위원이 전원회의에 불참한 탓에 선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속사정은 다르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호선으로 선출하는데, 공익위원 중에서 후보가 나온다.

선출된 최저임금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런 임명 절차는 최저임금위원장 선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현재의 공익위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공익위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7~8% 인상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려면 공익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적어도 15.6%를 인상해야 한다. 공익위원들이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실제 3월에 한 공익위원이 사퇴서를 냈다. 사퇴를 고민하는 공익위원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위 파행사태가 노동자위원 탓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부와 최저임금위는 어떻게 움직일까. 적어도 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선수교체다. 공익위원 교체를 통해 최저임금위를 정상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첫 단추를 이런 방식으로 꿰려 한다. 상황이 그리 흘러가고 있다.

공석인 최저임금위원장과 사퇴한 공익위원 자리를 채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때 사퇴한 공익위원의 처리 여부와 최저임금위원장 내정설의 진위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새 정부가 공약대로 수순을 밟겠다는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파행한 최저임금위를 이런 식으로 정상화하는 것은 ‘변칙’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제도를 그대로 둔 채 선수만 교체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목표는 절실하지만 방식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공약 준수와 최저임금위 정상화를 약속했다. 중소·영세기업 부담완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공란'으로 뒀다. 이 부위원장은 조속한 정상화만 공언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위 복귀 전제조건으로 정부에 최저임금법 개정 실행계획을 요구했다. 국회에는 공익위원 선정의 중립성·공정성 강화, 가구생계비 반영, 최저임금 위반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정부와 노동계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익위원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절차상 공정성 문제는 다시 불거질 것이다. 최저임금위의 실질적 정상화 없이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은 가능하지 않다.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 20대 국회에 10여개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먼 산 바라보듯 개정안을 방치해선 안 된다. 국회는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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