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집적회로 제조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옛 아남반도체)에서 일하다 폐암과 유방암에 걸린 노동자들이 집단산재를 신청해 주목된다. 반도체를 다루는 해당 사업장에서 암 질환자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일 금속노조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앰코 서울 성수동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유방암에 걸린 노동자 3명이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신아무개(사망당시 44세·남)씨는 반도체 조립공정에서 19년간 일하다 2015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정아무개(사망당시 50세·여)씨는 30년간 금선연결 공정작업 등에서 일하다 2015년 폐암으로 숨졌다.

성아무개(45세·여)씨는 품질관리부서 등에서 21년간 일했는데, 2014년 유방암이 발병해 투명 중이다. 성씨는 22년간 야간노동을 하다 유방암에 걸려 2015년 사망한 고 이미자(사망당시 46세)씨와 같은 업무를 했다. 공단은 지난해 이씨의 유방암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주야간 교대근무가 유방암 발병의 원인으로 인정된 최초의 사례다.

노조에 따르면 공개된 사람 외에도 앰코에 다니다 백혈병·폐암·유방암·췌장암 등에 걸려 죽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가 20여명이나 된다. 숨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이 위험한 물질에 노출돼 일하는데도 업체들이 유해 화학물질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현장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단의 신속한 산재 인정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철저한 연구조사와 현장조사,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앰코는 임직원은 2015년 기준으로 5천650명이다.

반올림에 제보된 반도체·LCD를 포함한 전자산업의 백혈병·뇌종양 등 직업병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현재 377명이다. 이 중 137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올림을 통해 84명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과 법원 재판에서 인정된 경우는 19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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