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링스코리아노조

현금수송업체 브링스코리아 서울 종암사무소에서 일하는 A씨는 요즘 출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최근 팀원들이 속해 있는 공식적인 단체 채팅방(단톡방) 외에 자신을 포함해 노조 조합원들만 배제된 별도의 팀 단톡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심지어 채팅창에서는 '현 노조원(집행부 2명과 김○○·양○○·김○○·이○○)과 근무를 나가는 게 좋으냐, 싫으냐'를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A씨는 "노조를 하는 게 잘못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치를 보고 모욕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이러려고 노조에 가입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설문조사에 이름이 언급된 또 다른 조합원은 심리상담 치료를 고민 중이다.

◇비노조원들만 단톡방 초대하더니=브링스코리아 서울 종암사무소가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을 '집단 따돌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브링스코리아노조(위원장 조승원)에 따르면 종암사무소 팀장 다섯 명은 지난 22일 각각 단톡방을 만들어 팀원 중 비노조원들만 초대했다. 팀장들은 단톡방<사진 참조>에서 "이 방은 노조원을 제외한 팀 톡방입니다. 보내는 질문에 신속히 답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힌 뒤 팀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집행간부와 조합원 4명의 실명을 명시한 설문 내용은 이랬다.

"나는 노조원과 같이 근무를 나가도 전혀 상관없다. 1. 불편해서 싫다. 2. 상관없다."

한 팀장은 팀원들에게 "보시고 1·2 선택해 주세요. 이건 강요가 아니니 편하게 찍어 주시면 돼요"라고 주문했다. 팀장 지시에 '1번' 혹은 '1'이라는 댓글이 3개 달리자, 그 밑으로 "죄송한데요. 지금 바로 선택해 주세요. 살짝 급해서요"라는 글이 다시 올라왔다.

종암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 50명 중 소장 1명과 부소장 2명, 조합원 6명을 제외한 비조합원 41명이 별도 단톡방에서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회사가 조사 결과를 활용해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업무를 나누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설문조사 이튿날인 지난 23일 박아무개 팀장은 조합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단톡방에 노조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늑대와 양을 한 울타리에서 못 키우듯이 우리 또한 그러하다. 어제 각 팀장님들께서 팀원분들에게 노조원과의 업무편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35명의 직원분들께서 싫다고 답변을 주셨다"며 "소장님,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글이 올라온 다음날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분리하는 식으로 업무 스케줄이 변경됐다. 노조는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힘든 코스에 배치됐고, 조합원들이 배치된 코스에 노후 현금수송 차량을 줬다"고 주장했다.

조승원 위원장은 "장거리코스나 업무량이 많아 휴게시간이 거의 없는 코스에 조합원을 배치하는 식으로 차별했다"고 설명했다. 비조합원 중에서도 설문조사에서 '2번(상관없다)'을 택한 직원 일부가 조합원들과 한 조가 됐다.

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은 이뿐만이 아니다"며 "비조합원이 조합원과 커피를 같이 마시거나 대화를 하면 팀장에게 불려가 '커피를 왜 같이 마시냐' '왜 쟤랑 얘기를 하느냐'는 말까지 듣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를 배제하는 직장문화는 큰 효과를 냈다. 지난달에만 종암사무소 조합원 13명 중 7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따돌림하는 분위기가 종암사무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고 했다. 지역사무소 곳곳에서 전 직원 단톡방에 노조 비방글이 올라오거나 조합원을 차별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원 괴롭히기 배경에 통상임금 소송?=노조는 조합원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따돌림과 업무차별 행위가 심각해진 원인으로 최근 몇 년간 통상임금 소송을 둘러싸고 이어진 노사갈등을 꼽았다. 2013년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브링스코리아는 2014년 7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수당을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했다. 그때부터 노사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노조는 2015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법은 "직근수당(직급별 근속수당)과 중식보조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연장근로·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회사는 항소했다.

조 위원장은 "만일 2심에서 운전위험수당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판결이 나오면 회사가 소송참여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8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회사가 통상임금 소송 취하를 위해 팀장들을 부추겨 노조 괴롭히기, 노조 깨기에 나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가 브링스코리아 본사와 종암사무소에 확인을 요구하자 두 곳 모두 "답변할 수 있는 담당자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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