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성과연봉제 도입 의사를 또다시 피력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31일 노동계에 따르면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들은 30일 하영구 회장을 항의 방문했다. 하 회장이 지난 29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금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하 회장은 간담회에서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 성과에 따른 합리적 임금 배분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로 했고, 금융권 노사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하 회장이 찬물을 끼얹었다"며 "노조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하 회장은 “언론의 오보"라며 "해명자료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날 배포된 해명자료에는 “현행 호봉제는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며 “직무급제 도입과 성과에 대한 합리적 배분으로 임금체계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재차 묻자 하 회장은 “도입하되,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날 “노조를 제치고 정부를 압박해 성과연봉제를 관철하려는 하영구 회장의 망언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사과와 철회를 요구한다”며 “끝내 성과연봉제 강행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하영구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최선두에서 밀어붙인 대표적 부역자이자 금융 노사관계의 오랜 전통인 산별교섭을 파탄 낸 장본인”이라며 “즉각적인 사과와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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