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66509 취업규칙 무효확인 등


1. 사실

박근혜 정권이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이던 2016년 1월28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해 종전에 시행돼 온 성과연봉제에 관해 그 적용대상을 기존 간부급(통상 1∼2급)에서 최하위직급을 제외한 비간부직(통상 5직급 체계에서는 4급 이상)까지 확대하고,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를 기존 2%(±1%)에서 평균 3%(±1.5%)로 확대하며, 전체 연봉 중 성과연봉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최고등급과 최저등급 간 성과연봉 차등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하고 이를 도입하도록 했다. 당시 기재부는 2016년 5월 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조기 완료하기 위해, 조기도입 완료 공기업에 대해서는 기본월봉의 50%,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기본월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추가로 지급하고(인센티브 성과급), 경영평가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시한을 지키지 못한 공공기관에는 총 인건비 인상 제한 등의 페널티를 줄 것이라며 공공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피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2016년 5월17일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관련 연봉제규정·연봉제규정시행세칙 및 시간외근무수당지급세칙(이하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이라 함)을 개정하고, 올해 1월1일부터 그에 따른 성과연봉제를 시행했다.

2. 주장

피고 근로자인 원고들은,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에 대해 첫째 하위평가를 받는 근로자에게는 기존 호봉제보다 불리한 것이라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바 그 불이익변경시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둘째 임금에 관한 단체협약에 반하고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이를 변경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이라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 공사는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돼 무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규정 시행으로 인해 적은 급여를 지급받게 되면 그 차액을 구하는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한 것이라고 본안전 항변을 했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이 연봉제규정 등의 시행에 따라 급여를 매월 지급받게 되는데 피고에 따르면 매월 지급받는 급여의 차액에 관해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언제까지고 피고가 성과연봉제 관련 규정의 시행을 멈출 때까지 피고 공사를 상대로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이행청구 소송의 방식으로는 이 사건 성과연봉제 시행으로 인해 예상되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야말로 피고 공사에서 성과연봉제 관련 규정의 시행으로 인해 예상되는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며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본안전항변을 제외한 이상 원고·피고 간 주장의 다툼은 조기도입에 따른 인센티브 성과급 지급, 정부 경영평가 등급 상승 가능성 등으로 인해 불이익변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는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한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고 인센티브 성과급 지급, 미도입으로 인한 경영평가 등급 하락이나 임금동결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 집중됐다.

3. 판단

서울중앙지법은 먼저 이 사건 연봉제규정에 따라 성과연봉 등이 차등 지급됨에 따라 원고들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예상되는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며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했다.

이어 법원은 “취업규칙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해 획일적으로 결정돼야” 하고, “같은 개정에 의해 근로자 상호 간의 유·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례 법리(대법원 1993.5.14 선고 93다1893 판결, 대법원 1995.3.10 선고 94다18072 판결 등 참조)를 적시한 후, 연봉제가 적용되면 호봉상승으로 인한 임금인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기존 연봉제 적용대상인 관리 1·2·3급의 경우에도 기준연봉의 인상차등률이 확대되며, 성과연봉 차등지급률은 최고지급률이 최저지급률 대비 2배로 확대되고, 연봉에서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되고, 정부 경영평가 D·E등급시 성과연봉 차등지급률이 개정 전과 동일하더라도 시간외수당·가족수당·전문직무급이 폐지됨으로써 손해가 발생하는 등에 비추어 보면 “하위평가를 받게 되는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이므로,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총액이 증가하더라도,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 절차, 즉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가 성과연봉제 도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지급받은 인센티브는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에 불과하고, 위 규정이 무효라고 할 경우 다시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유·불리 여부 대상인 임금 액수의 증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위 판단에 덧붙였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위반한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해 서울중앙지법은 연봉제 확대실시로 일부 근로자들이 입게 되는 임금·퇴직금 등의 불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2016년 5월9일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해 명백히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의 개정을 강행했으며,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의 필요성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명백한 반대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렵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경영평가에서 등급 상승 가능성 및 임금동결 제재 회피 등은 유인책에 불과하고 이는 근로자들이 받게 될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해 일시적인 대상조치에 불과하며,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근로자들의 반발이 상당하고 원고들과 같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것을 통해서 볼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의미

2016년 박근혜 정권은 고용노동부의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과 매뉴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권고안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간점검하고 인센티브·경영평가·인건비 등으로 공공기관들을 압박했다. 당시 많은 공공기관에서 과반수노조 등 노동자측이 반대했음에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사회에서 규정 변경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2017년부터 이를 시행했다. 당시 노동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운운하며 성과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과반수노조 등 노동자측이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식으로 취업규칙 변경 해석 및 운영지침을 발표해 공공기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가처분 결정으로 본안판결 전까지 효력을 정지했던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며, 과반수노조 등 노동자측이 반대하면 그 성과연봉제에 관한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확인한 최초의 법원판결이다. 이 사건 사업장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지난해 이를 도입했던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노조 등 노동자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것으로, 이번 판결의 태도에 의한다면 역시 무효라고 판단돼야 마땅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비록 한 사업장에 관한 것이지만 그 의미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고,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당한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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