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30일 오후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주최로 열린 ‘알바적폐 청산파티’ 집담회에서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 대학가의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서 3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은혜(21)씨는 얼마 전 떼인 임금을 받는 과정에서 굴욕감을 맛봤다. 고용노동부 진정 제기로 근로감독관과 가게 주인, 은혜씨 3자 대면이 있던 날이었다. 사용자측으로 나온 사장 어머니는 “언니(사장)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다.

은혜씨는 최저임금보다 200~300원 더 준다는 얘기에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했다. 구두로 하루 5시간씩 일하기로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장사가 잘돼 과자가 일찍 동나는 날엔 사장이 일찍 퇴근하라고 했다. 하루 2~3시간 일하고 집에 가는 날이 잦았다. 심지어 출근 전 문자로 "오늘 출근하지 말라"는 연락도 자주 받았다.

은혜씨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거라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일을 그만두면서 사장에게 휴업수당 등 체불임금 30만원을 달라고 했다”며 “임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사장 어머니가 ‘언니’ 운운하며 윽박질러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가 30일 오후 서울 안국동 다락방구구에서 임금체불에 ‘빡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집담회를 했다. ‘알바적폐 청산파티’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참가자들은 "아르바이트생도 노동자"라며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근하면 해고, 말려도 해고

최재혁(31)씨는 “두 달간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며 임금 250만원을 체불당했다”고 말했다. 숙식이 제공되는 일을 찾다 구한 자리다. 잘리면 먹고 잘 곳이 없어진다.

“그만두면 답이 없는 상황이라 일하는 동안 늘 저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일을 시작한 지 2주가량 지났을 때였어요. 본의 아니게 실수한 게 있었어요. 아침에 일을 마치고 쉬는데 사장이 ‘최 사감, 그만두고 싶어서 그러냐’고 말하더군요.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하고, 제 얘기는 전혀 들어주지 않았어요. 어디 나갈 곳이 있으면 그만뒀을 텐데 당시엔 그러지도 못해 괴로웠습니다.”

물감(25)씨가 일한 식당 사장은 해고를 남발했다. 10일간 5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잘리는 것을 지켜봤다. 물감씨는 “한 번은 1년 된 알바가 하루 결근을 했는데 사장이 바로 나가라고 했다”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알바가 이를 말리다 3명이 덩달아 해고되는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돈 받고 학원 다닌다고 생각해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성적·인격적 모욕감을 자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알바노조 조합원인 물감씨는 “많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살 빼라’ ‘웃어라’ ‘화장해라’ 같은 말과 불필요한 스킨십으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주점 매니저로 일했던 지미(29)씨는 “매장 근처에 1·2호점이 있었는데 여자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성추행과 스토킹 같은 범죄가 수시로 벌어졌다”며 “부당한 일이 벌어졌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데 왜 그에 따른 처벌은 없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은혜씨는 “일하면서 나이 많은 남성들의 반말과 언어적 성희롱, 기분 나쁜 호칭으로 부르는 일을 수시로 겪었다”고 말했다.

복성현(19)씨는 특성화고 3학년 2학기 때 세무법인으로 현장실습 나가 6개월간 일했다. 처음 3개월은 매일 1시간, 나머지 3개월은 하루 2~3시간 초과근로를 했다. 이로 인해 150만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했다. 복씨는 “월급 문제를 애기하니까 ‘학생이니 돈을 받고 학원에 다닌다고 생각을 하라’는 말이 돌아오더라”며 고개를 내둘렀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전략본부 국장은 “현장실습이 본래 의미와 달리 어중간한 법적 지위를 악용한 파견형 저임금 노동자 배출구가 되고 있다”며 “파견형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시·도 교육청이 운영주체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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