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기대가 크죠. 대통령이 와서 직접 얘기했는데."

"임금이 높아지고 복리후생도 좋아질 것 같긴 한데, 인원감축은 없을까요?"

"우리는 정년이 중요한데…. 정년 걱정 없는 정규직이면 좋겠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가운데 29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인천국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은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전환 과정에서 정년·임금·복리후생이 개선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정규직 전환 기대 높지만 정년 줄어들까 걱정=청소노동자 정인숙(61)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와서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해 기대가 된다"면서도 "정년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속한 용역업체는 만 63세까지 정년을 보장해 준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정년 60세를 적용하면 고용 자체가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최우근(58)씨도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에 따라 처우개선은 되겠지만 고용불안에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정순(58)씨는 "대통령이 다녀간 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그동안 정규직화 요구가 없었던 게 아닌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과연 정규직이 될 수 있는지, 우리 같은 청소노동자들도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노총 연합노련 소속 인천공항교통환경노조·인천공항환경노조·인천국제공항탑승동환경노조 조합원들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희망! 공공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팀'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한국노총 "현황 파악해 정규직 전환방안 마련"=한국노총은 기자회견에서 TF팀 출범을 알리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비정규직 현황을 파악하고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만들어 반드시 실천될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대한민국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공항에서 환경과 보안을 담당하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TF팀장은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단장인 문현군 부위원장이 맡았다. TF팀은 인천국제공항공사뿐만 아니라 한국전력·도로공사·수자원공사·마사회 등 전체 공공기관에서 이뤄질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에 개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전국 고용센터와 콜센터에서 상시적으로 고객 상담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필요하고,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사고위험에 노출된 우정사업본부 상시위탁집배원의 정규직 전환과 증원도 이뤄져야 한다"며 "철도·지하철 차량과 역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 환경미화와 거리청소에 종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처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이후 수백만 비정규직들이 희망을 보고 있다"며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여당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연대협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많은 공기업노조가 가입해 있는 공공노련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정책을 지지한다"며 "성과와 경영효율성만 강조해 비정규직이 넘쳐나던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수 인천공항환경노조 위원장은 "인천공항 환경 분야 비정규직은 매년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회사가 3년마다 바뀌는 탓에 각종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린다"며 "인천공항 환경 비정규직들의 희망인 온전한 정규직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사 정규직노조인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위원장 장기욱)도 참석했다. 장기욱 위원장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바람을 이룰 수 있도록 노조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연합노련 소속 환경3사노조(인천공항교통환경노조·인천공항환경노조·인천국제공항탑승동환경노조)와 인천공항부대시설노조 등 4개 노조는 인천공항공사의 '좋은 일자리 창출 TF'와 간담회를 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조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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