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조원 이상을 내는 기업을 ‘1조 클럽’이라 부른다. 지난해 1조 클럽을 달성한 182개 기업은 영업이익만 73조원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조 클럽의 고용은 오히려 1만5천명 줄었다.(조선일보 5월23일자 경제 1면) 조선일보는 이 기사로 고용절벽을 말하고 싶을 게다. 기사 출처는 재벌닷컴이다.
같은 재벌닷컴 자료로 경향신문은 '4대 그룹 경제력집중 5년 새 더 심해졌다'고 썼다.(5월22일자 19면) 5년간 30대 그룹의 자산은 쪼그라들었으나 4대 그룹은 큰 폭으로 늘면서 경제력집중이 심화됐다. 30대 재벌그룹 안에서도 4대 26으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두 신문은 왜 그렇게 됐는지 분석하진 않았다. 일간지가 그걸 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정답이 있겠지만, 뜻밖에 매일경제가 답 중에 하나를 보도했다. <대기업 협력사 60% “단가협상 일방통행”>(5월22일자 23면)이란 기사가 말해 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연초에 몰려 있는 납품단가 협상을 갓 끝낸 3~4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공기업의 삼성’으로 불리는 한전과 한전 자회사에서도 이런 경제력집중화의 난관을 풀 열쇠가 보인다. 한전은 전력 기자재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제품을 구매할 때 주는 선급금을 기존에는 14일 내 최대 70%까지 줬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한시적으로 5일 이내 최대 80%까지 주기로 했다.(매일경제 5월20일자 11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전의 송전선 설치공사를 도맡은 자회사 한전KPS에서 일했던 두 전직 직원이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하지도 않은 31명에게 일한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며 가족과 친척 등 주변 사람들에게 일용직 인건비를 줬다가 돌려받는 수법으로 공사 인건비 5억원을 빼돌려 말썽이다. 인천 부평경찰서가 두 사람을 잡았다.(조선일보 5월19일자 14면) 겉으론 상생을 말하면서 속으론 이런 비리나 저지르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대선 기간 중앙일보에 실린 희대의 칼럼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사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조선일보 22일자 사설도 역대급이다.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촛불 참가했으니 빚 갚으라’고 정부에 요구한 전교조>다. 사설은 전교조 비난을 넘어 “새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등을 ‘지지집단에 대한 빚 갚기’라고 보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선거 국면에서 지지해 주거나 도움을 준 집단의 민원 해결에 나서면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민 갈라놓기’ 정책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새 정부의 통일외교나 경제통 인사발표를 보면 조선일보의 우려는 잠시 접어 둬도 좋겠다. 적어도 지지집단 민원해결과는 거꾸로 가는 게 분명해 보이니까.
나름 고민은 많이 하셨지만 용비어천가를 신문 지면에 올리는 이들도 많다. <‘민주정부’의 기분 좋은 출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같은 칼럼은 안 쓰는 게 더 나았다. 차라리 같은 용비어천가라도 <개혁 없이는 ‘경제위기 극복·민생 회복’ 요원하다> 정도로 뼈 있는 한마디쯤은 남기는 게 국민과 역사에 대한 도리다.
선거전이 한창 달아오르던 3월 말 “김앤장이 올해 퇴직한 고법판사 80%를 싹쓸이했다”는 씁쓸한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여전히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겠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30대 재벌 안에서도 양극화 심화
- 기자명 이정호
- 입력 2017.05.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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