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동진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사업국장

지난해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구의역 김군으로 알려진 청년의 가방에는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이 들어 있었다. 끼니까지 거르고 일하면서도 처우는 형편없는 하청노동자 처지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의역 사고 1주기를 맞아 공공운수노조가 22일부터 27일까지를 생명안전주간으로 정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궤도·의료·집배·화물 노동자의 글을 보내왔다.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도로에서 큰 사고가 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대개 버스나 화물차다. 언론에서 발표하는 사고 원인은 십중팔구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다. 정부 관련 부처는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다. 졸음방지와 사고예방을 위한 각종 신기술과 기계장치 장착을 의무화한다. 고속도로 주위에는 졸음운전의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그래도 대형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도로 위 사고를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버스와 화물업종 운전자들이 4시간 운전 이후에는 30분 휴식을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2014년 한 해에만 버스·화물차 교통사고로 1천258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연평균 3만건에 이르는 화물차 교통사고가 났다. 화물차 교통사고로 매년 평균 1천200명이 사망하고 4만5천명이 상처를 입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으로 버스·화물차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운전시간 규제 대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대형 사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화물차의 경우를 살펴보자. 화물차 운전자가 장시간·위험한 운전에 내몰리는 것은 밑바닥 운임을 구조화하는 나쁜 운임제도와 지입제 때문이고, 노동기본권이 없기 때문이다.

버스는 어떤가. 세부업종과 운영체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기시간까지 포함하면 준공영제가 아닌 지역에서는 보통 하루에 16~19시간씩 일한다. 근로기준법 59조에 명시된 근로시간 특례로 운수업은 노사가 서면합의를 하면 1주간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하루에 16~19시간 운전을 하는데 무슨 수로 졸음을 쫓을 수 있겠는가. 교통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사고를 느끼는 순간 발생하고 끝난다. 경고음이 울린다고 졸음이나 쏟아지는 잠이 달아날까. 졸음이나 잠이 4시간 운전 후에 올까. 4시간 운전 후 갑자기 달리던 차를 세우고 잠을 잘 수 있을까.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간(운전시간) 규제는 버스와 화물업종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졸음운전을 방지해 교통사고를 줄이려 한다면 오히려 운전자들의 바늘 소지를 의무화하고, 졸리면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는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켜 사람이 우선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 제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은 매일 도로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도로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개선과 시스템 구축, 이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화물차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노동기본권 보장, 지입제 폐지, 과적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버스는 완전 공영제 시행와 근기법 59조 연장근로에 대한 운수업 특례조항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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