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버스노동자들이 근로시간 특례업종 규정이 담긴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요구했다. 운수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곧 졸음운전과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 시외버스 노동자는 하루 17시간 넘게 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누적→졸음운전→사고 연결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협의회(의장 석희원)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버스현장의 최우선 과제는 근기법 59조 폐기”라며 “만성 피로누적이 졸음운전으로 이어지고 대형참사를 불러오는 무한 노동시간 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기법 59조에 따르면 운수업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특례업종이다.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주당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근기법은 연장근로까지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특례업종은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무제한 연장근로를 시켜도 되는 것이다.

석희원 의장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은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법·제도”라며 “운송업과 같이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종은 근무시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달 10일부터 20일까지 전국 44개 버스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인천·부산지역 18개 사업장,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경기·강원·경남·전북·울산지역 26개 사업장을 조사했다.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전자는 하루 10시간26분, 주당 53시간46분, 월 231시간9분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업체 시내버스 운전자는 하루 16시간46분, 주당 69시간6분, 월 287시간58분을 일했다. 민간업체 가운데 가장 근무시간이 긴 곳은 시외버스 운행업체였다. 시외버스 노동자는 하루 17시간8분, 주 74시간52분, 월 309시간33분을 일했다.

협의회는 “조사 결과 평균 노동시간이 하루 13시간18분, 주 61시간32분, 월 260시간이나 됐다”며 “연간 근무시간으로 환산하면 3천122시간이 넘어 한국 평균 노동시간인 2천228시간을 900시간이나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1일 한도 운행시간, 10시간 이내로 규제해야”

지난해 7월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일어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관광버스 추돌사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운수종사자가 연속 4시간을 운전할 경우 최소 30분을 쉬게 하는 ‘최소휴게시간 보장’이 담겼다. 국토부는 후속조치로 올해 2월28일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업종별 운행형태를 고려한 휴게시간을 준수하도록 했고 운행 종료 후 최소 8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차량을 운전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협의회는 “운행 중 휴식시간 보장을 강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1일 한도 운행시간을 10시간 이내로 강제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박상길 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장은 “버스노동자는 하루 십수 시간을 운전대를 잡고 있어 졸음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연장근로를 강요받는 버스 현장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안전법 제정해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업종 규정을 삭제하는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철도안전법처럼 버스안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철도안전법은 철도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4년 10월 제정됐다. 법에서 철도시설과 차량의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종사자의 안전관리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버스의 장시간 노동은 민간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인력과 차량을 적절하게 투입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버스안전법을 제정해 버스당 운전자수, 배차시간, 휴게시간을 규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의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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