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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구의역 사고 1주기에 돌아본 한국 사회 ①] 구의역 사고 1년, 김군을 기억하며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지난해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구의역 김군으로 알려진 청년의 가방에는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이 들어 있었다. 끼니까지 거르고 일하면서도 처우는 형편없는 하청노동자 처지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의역 사고 1주기를 맞아 공공운수노조가 22일부터 27일까지를 생명안전주간으로 정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궤도·의료·집배·화물 노동자의 글을 보내왔다.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돈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안전에 관한 한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지난 16일 열린 구의역 사고 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추진 검토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발언이다.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서울시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말인 만큼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에 무게감이 실린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입장에서는 경영효율이 중요하다. 대중교통 적자 규모가 1조원으로 심각하지만 부도 직전까지 가더라도 안전에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안전 투자는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오랜 시간 기술을 쌓고 개선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만 아주 작은 변화가 나타난다.

서울시장 발언에 주목할 내용이 또 있다. 그는 스크린도어(PSD) 관리 노동자를 만났더니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차별이 많아 이직률도 높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박 시장은 차별을 시정하고 하나의 직군으로 통합해 일반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자치부의 총액인건비제도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의역 사고 후 외주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서울메트로가 직접 고용했다. 그러나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직접고용 무기계약직)을 만들어 또 다른 차별이 생겼다. 정규직은 4조2교대를 하지만 안전업무직은 3조2교대를 한다. 안전업무직은 그래도 되는 일인가. 많은 부분에서 차별은 결국 예산 문제, 인력 문제에서 비롯된다.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려는 자본 중심 사고로는 불가능하다.

1년 전 구의역에서 김군을 잃었을 때 많은 국민이 비정규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업무를 혼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홀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노동, 죽음의 길인 줄 알면서 피해 갈 수 있을 거라 요행을 바라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가슴속으로 되뇌는 노동을 거부해야 한다.

사회적 규범으로 그런 노동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책임을 묻는 법안을 제정하고 노동존중·생명존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구의역 참사 1주기를 추모하면서 1주일간 '죽음의 출근을 거부한다'는 주제로 노동현장의 안전문제를 제기하고 공동행동을 한다.

철도와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부문에 만연한 외주화를 다시 직영화해 이용 시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존재감도 없이 외면당했던 병원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충분한 인력 확대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의 악순환에서 졸음운전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던 운수노동자들에게 주 40시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겠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고 아프면 산업재해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도록 하겠다. 노조가 앞장서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청년 비정규직 노동을 바꾸고, 생명과 안전이 이윤보다 앞서는 세상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서게 만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손뼉 치며 환영할 일이지만 내용을 보면 그럴 수 없다. 대통령의 정규직화는 지금까지 진행한 서울시 모델이다. 차별받는 직접고용이거나, 지금과 다르지 않은 자회사 신설이 될 수도 있다. 차별은 노동의 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공공기관은 노동자 안전이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조성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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