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스코 영업비밀보호 보충각서.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해충 방제기업 세스코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준 사실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 드러났다. 노동부는 세스코가 2015년 한 해 최저임금을 위반해 2억6천300만원을 미지급했다며 시정을 지시했다. 노동계는 “2016년도 법을 위반했다”며 “노동부가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판단하면서 최저임금법 위반 규모가 축소됐다”고 반발한다.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직무 또는 직책수당”으로 볼 것이냐 “근로가 아닌 비밀보호의 대가성 수당”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당의 성격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고, 세스코의 최저임금 위반 범위도 달라진다.

◇연장수당 등 3억6천200만원 미지급=2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세스코가 2015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세스코 노동자들의 요구로 올해 3월28일부터 30일까지 수시근로감독을 했다. 감독 결과 세스코가 재직자와 퇴직자를 포함해 2천338명에게 임금 2억6천300만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하면 3억6천200만원이 미지급됐다. 경조회비와 근무화 구입비를 급여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미지급한 임금도 10억3천700만원이나 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은 전액 지급해야 한다. 임금을 차감하는 것은 위법이다.

세스코는 2015년 최저임금 위반 사항과 관련해 이달 10일 사내공지를 내고 “기준급 계산 오류로 인해 미지급된 임금에 대해 이미 3월31일 정정 계산해 지급을 완료했다”며 “그로 인해 연계해 계산돼야 하는 시간외수당과 연차수당 등 총 3억6천200만원 전액을 이자를 포함해 4월24일자로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조회비와 신발대금 급여공제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명확한 법률적 판단을 받은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근로감독 결과가 드러나면서 노동부가 최저임금 위반 규모를 과소계상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세스코는 올해 2월 최저임금법 위반 의혹이 일자 영업비밀보호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세스코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이라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동부 역시 같은 논리로 2015년 한 해에 대해서만 법 위반 결론을 내렸다.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은 임금 외 별도 수당”이라며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2016년도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방역·소독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지난해 기본급이 월 118만1천750원(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최저임금 126만270원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정해진 지급기준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일률적·고정적으로 임금정기지급일에 지급하고, 업무성격상 영업비밀보호에 필요한 업무내용·기술등급·직책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무 또는 직책수당 성격이 가미돼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16일 노조 질의에서도 “영업비밀보호수당은 담당 업무 및 직책의 경중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에서 교통비·급식비 등 전형적인 생활보조적 수당의 성격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라고 답했다.

노조 입장은 다르다. 영업비밀보호수당이 영업비밀을 유출하지 않는 대가로 지급되는 것인 만큼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최저임금제도 업무처리지침’에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근거로 최저임금과 산입범위를 밝히고 있다.

근기법(2조5호)에 따르면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최저임금법(6조4항)은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경우로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소정의 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 외 임금 △기타 최저임금액에 산입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임금을 명시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부 업무처리지침을 보면 최저임금 산입금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고, 산입범위 제외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며 “세스코의 영업비밀보호수당은 소정의 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임금 반환은 근기법 위반”=법원도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임금 외 별도 수당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 제2민사부는 세스코가 전직금지 기간 내 동종업계로 이직한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영업비밀보호장려금을 임금과는 별도로 수령했다”며 “세스코는 A에게 영업비밀보호장려금 명목으로 월 18만3천원 내지 18만3천670원을 급여에 포함해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세스코는 영업비밀보호장려금과 영업비밀보호수당을 혼용해 쓰고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라이센스(라이선스의 오기) 영업비밀수당’으로, 급여명세서에는 ‘라이센스영비장려금’으로 표기한다.

조명심 노조 법률국장은 “법원은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대가로 임금과는 별도로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연간 책정된 수당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했을 뿐 급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영업비밀보호각서나 영업비밀보호장려금 지급 동의서에는 재직기간 중 수령한 수당 전액을 즉시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반환 약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세스코 ‘영업비밀보호 보충각서’<사진 참조>에 따르면 “회사의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할 경우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임을 인정한다”며 “위반했을 경우 재직 중 지급받은 영업비밀보호 장려금 전액을 즉시 반환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세스코 관계자는 “노동부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봤다”며 “법원 판결문에 명시된 임금의 실질적인 의미가 노동부의 최저임금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려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영업비밀보호 보충각서와 관련해 “반환받은 적도 없고 명목적인 내용일 뿐”이라며 “최근 각서에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고 답했다.

조혜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세스코 근로계약서를 보면 영업비밀수당은 ‘동의한 자에 한해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회사나 노동부 주장대로라면 최저임금이 근로의 대가인데도 각서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준다면, 이를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직을 했다는 이유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반환한다면 결국 그만큼의 체불임금이 발생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법원에서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별도의 항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회사의 업무 특성상 각서를 체결하고 그 대가로 별도의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했다”며 “노동부가 어떤 근거로 영업비밀보호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판단했는지 알 수 없지만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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