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넘게 포스코에서 조명정비 사업을 맡은 협력업체 ㈜성광이 노조와 임금·단체협상 중 느닷없이 정리해고를 통보해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경영악화로 포스코 조명정비 사업권을 포기한다"며 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한 성광 전 대표이사 A씨는 최근 새로운 업체를 설립해 채용공고를 냈다. 기존 직원들을 임금 10% 삭감 후 전원 계약직으로 채용하려다 노조 반발을 사자 "정규직으로 채용하되 입사전형을 거치겠다"고 나섰다. 노조는 "조합원을 선별채용 하려는 게 아니냐"며 조건 없는 고용승계를 촉구하고 있다.

◇임단협 중 돌연 정리해고 통보=21일 성광노조(위원장 김수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성광 사측은 "5월31일자로 제철소 내 사업을 포기한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직원 51명에게는 해고통지서를 발송했다. 회사는 51명 중 본사에서 근무할 5명을 가려 뽑은 뒤, 나머지 46명을 6월15일자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댔다. 회사는 "지난해 말 (포스코의) 일부 사업 경쟁입찰 이후 회사 경영악화로 2017년 5월31일자로 계약포기를 결정했다"며 "이에 포스코 조명정비 사업에 종사해 온 전 직원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2016년 임단협 교섭을 하던 중 사업권 포기 통보와 해고통지서를 받은 노동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임금인상 대신 보너스 600%와 3년치 성과급, 생일선물비 30만원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라고 요구했다.

김수원 위원장은 "교섭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과하게 요구하면 사업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식의 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며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업권을 포기하고 해고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성광의 재무상태는 정말 심각했던 것일까. 회사가 노조에 보낸 '정리해고 계획서'를 보면 매출액이 2012년 71억원에서 2013년 67억원, 2014년 66억원, 2015년 62억원, 지난해 48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2012년 4억2천500만원, 2013년 3억1천500만원, 2014년 2천600만원을 달성했지만 2015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는 포스코 조명정비 사업에 국한한 얘기다. 기업 전체로는 재무제표가 건실하다. 실제 성광은 포스코뿐만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전기공사와 전기자재 도소매를 통해 2013년 매출액 97억8천여만원과 당기순이익 5억4천700여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4년 120억6천800여만원과 5억1천300여만원, 2015년 140억7천여만원과 7억9천여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포스코 조명정비 사업에서 적자가 났다고 22년간 영위하던 사업권을 포기하고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노조가 주장하는 이유다.

◇임금삭감·계약직으로 신규채용?=포스코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성광의 실질적 오너인 박아무개 회장이 조명정비 사업에서 손을 털고 나가자 새로운 사업자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P사가 사실상 내정됐다. P사는 성광 대표이사였던 A씨가 지난달 21일 설립한 회사다. A씨는 지난해 7월 성광 전문경영인으로 채용됐다가 이달 1일 사표를 냈다.

P사는 노조에 "새로운 업체를 세워 사업권을 인수해 고용을 승계하겠다"며 임금 10% 삭감과 계약직 채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임금 삭감에 동의하되 전원 정규직 채용과 단협 승계를 요구했다. P사는 기존 성광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하되, 입사전형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을 다시 제시했다.

하지만 단협 승계는 거부했다. 노조가 입사전형 없는 전원 재고용과 단협 승계를 요구한 이유는 P사가 김수원 위원장 입사를 꺼리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한 임원은 직원들 앞에서 "(노조위원장이) '복리후생 10% 삭감 음모를 계획하고 있는 사장 A씨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했는데, 같이 근무할 수 있겠냐. 입사원서를 쓸 수 있겠냐"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P사와 노조가 승강이하는 사이 비조합원 29명이 입사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원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22명은 조건 없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입사원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입사전형을 거치면 선별하는 작업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박 회장이 갑자기 사업에서 손을 떼고 나가면서 어떻게서든 잘해 보려고 신규업체를 세워 사업을 이어 가려 한 것"이라며 "적정인원이 확보돼야 (포스코 조명정비 사업에) 입찰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에, 노조에 일단 입사전형부터 거치라고 수차례 요구하고 입사원서 마감일을 몇 차례 늦췄는데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협 승계에 대해서는 "입사를 해서 노조를 다시 설립하거나 노사협의회를 만들어 새로운 단협을 만드는 게 맞다"며 "새로운 회사에 이전 회사(성광) 단협을 승계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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