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조합원 총회를 통해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조운동을 지키기 위한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아차 1사1노조 조직 분리를 통해 본 민주노조운동 평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 보류와 기아차 사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려는 특성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며 "안정화를 미덕으로 여기는 상층 노동자들은 통제되지 않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들을 보며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 기업단위의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은 쉽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 차원에서 공동행동과 비정규직 의제를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 단결의 경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민주노조운동 원칙에 입각해 잘못된 노조 활동을 강제하고, 비정규직 조직사업에 전력투구하는 등 비정규직을 새로운 운동의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시민사회는 기아차 사건을 조합원들에 의한 민주적 결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계급적 연대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공장노조의 조직적 일탈행위는 산별노조운동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한편 앞으로 정규직 노조의 고립과 축소를 스스로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참석한 기아차 출신의 신승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기업노조는 권력화됐고, 자본이 용인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옳고 그름은 사라지고 그저 비정규직을 귀찮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전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대공장 안에 있는 비정규직을 조직하지도 않으면서 비정규직 철폐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규직 조직을 위해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김희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장·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선영 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 위원장·김수억 옛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도 배석해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