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7.4.7 선고 2013두16418·2013두17480 판결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 노조는 2009년 임금·단체협약이 2010년 3월31일자로 유효기간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임단협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했다. 한편 노조전임자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4조3항 내지 5항이 2010년 1월1일 신설돼 2010년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전임자 수와 처우를 기존과 동일하게 보장한다’는 것을 주된 요구안으로 해서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했다. 일반단체교섭과 특별단체교섭 결렬에 따라 노동쟁의 조정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2010년 6월1일부터 파업을 개시해 부분파업, 잔업·특근 거부, 전면파업 형태로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회사는 2010년 8월23일자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다음날 노조는 ‘사측은 직장폐쇄를 풀고, 지회도 현장복귀를 통해 노사가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고, 그 기간에는 냉각기를 둔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고 9월6일에는 파업참가 조합원 전원이 근로제공 확약서를 보냈지만 회사는 집단복귀를 거부했다. 회사는 그해 10월19일까지 직장폐쇄를 하면서 지회 조합원들의 조합사무실 출입을 제한하고, 조합원들에게 전화연락해 개별 복귀시켰고, 복귀한 조합원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한 후 여성근로자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복귀 조합원들을 2010년 10월16일까지 회사 내에서 숙식하게 하면서 외부 조합원들과의 접촉을 차단했다.

이 사건 노조는 2010년 9월4일 600여명의 조합원과 함께 회사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비업체로부터 저지됐고, 같은해 10월4일 경비업체 저지를 뚫고 회사 안으로 진입해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같은날 오후 5시30분께까지 농성집회를 했다.

본 사건에서는 지회장·후생복지부장·교육선전부장 등 지회 집행부 5명에 대한 징계해고의 정당성 여부가 다툼이 됐다. 이들에 대한 공통적인 징계사유는 ① 2010년 6월25일부터 같은해 8월20일까지 불법파업 기획·주도로 정상적인 회사 영업 방해 ② 2010년 8월23일부터 같은해 10월18일까지 천막농성과 불법집회 기획·주도,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업무복귀 방해, 회사 무단진입 기획·주도, 대구시민 선전전을 통해 회사 명예 실추 ③ 비위행위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음을 들었고, 그 외에 개별적으로 추가된 징계사유가 일부 있었다.

징계사유 존재 여부와 징계양정 정당성 여부가 주요한 쟁점이 됐고 구체적으로 2010년 6월25일부터 진행된 파업의 적법성 여부, 2010년 8월23일부터 10월19일까지의 회사 직장폐쇄의 적법성 여부, 천막농성과 집회, 회사 진입, 대시민 선전활동의 적법성 여부, 징계의 적정성과 형평성 등이 문제됐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대체적으로 각 쟁점사항들에 대해 1·2심 판결과 동일하게 판단했다. 이 사건 파업 목적에 임금 기타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항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부당한 요구사항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해 불법파업에 해당한다는 원심판결을 정당하다고 수긍했다. 직장폐쇄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이 ‘지회 불법파업으로 인해 2010년 8월23일께에는 정당하게 개시됐으나, 늦어도 이 사건 지회가 참가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파업 철회 및 근로복귀 의사를 표명하고, 조합원 241명의 근로제공 확약서를 보낸 2010년 9월6일 이후부터는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한 직장폐쇄’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위법한 직장폐쇄로 변경된 시기를 2010년 10월 초로 보아야 한다는 회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0년 9월14일과 10월4일 회사진입 시도 혹은 진입행위는 조합원수와 진입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측의 점유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업장 출입이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사업장 출입이 사용자측의 점유를 배제하기 위한 것인 이상 설령 회사가 그 무렵까지 이 사건 직장폐쇄를 유지한 것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진입행위가 정당행위로서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파업참가 및 사업장 출입 이외의 나머지 징계사유인 ‘천막농성과 불법집회 기획·주도,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업무복귀 방해, 대구시민 선전전을 통한 회사 명예 실추, 비위행위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음’ 등은 불법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해 모두 적법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회장 징계양정의 적절성을 인정한 반면 나머지 집행간부 및 조합원들 해고는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3. 파업 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파업 당시 일반단체교섭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노조의 임금요구안에 대한 회사의 수정안이 제시된 시점도 이 사건 파업이 중반을 넘긴 이후였다.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노사 간의 불일치상태에 있었음에도 법원이 이 사건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한 근거는 특별단체교섭이 주된 목적사항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이 주된 목적이었는지에 대해 논외로 하더라도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단결자치의 원칙에 부합되기 어렵다.

이 사건 노사는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9년 11월4일자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노동법이 개정될 경우 노사는 법 개정 즉시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한다”고 합의했고, 2009년 12월31일자로 전임자 처우 관련 노동법 개정이 되자 위 합의에 따라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의 교섭 거부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서 단체협약 위반이자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다. 회사가 2009년 11월4일자 합의를 위반했음에도 법원은 오히려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한 노동조합 파업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전임자 문제는 노사자율 영역에 있고 아무런 제한 없이 전임자 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노동 3권의 핵심적 요체인 노사자치와 집단자치 원리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규정은 전임자급여 지급을 통해 사용자가 노동조합 조직과 운영을 지배·개입함으로써 노동 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노동조합 자주성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막는 데 그 취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 규정은 노동조합이 자주성을 상실해 전임자급여 지급이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돼야 한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과 같이 노동조합이 자주성을 잃지 않고 단결과 교섭력과 단체행동으로 사용자에게 획득한 것으로서 전임자급여 지급이 오히려 노동 3권의 신장에 기여한다는 점을 애써 외면했다.

4. 위법한 직장폐쇄에 대한 대항행위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노사 간 교섭태도·경과, 근로자측 쟁의행위의 태양과 그로 인해 사용자측이 받은 타격의 정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에 비춰 형평의 견지에서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 수단으로서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직장폐쇄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3.6.13 선고 2003두 1097 판결 등). 또한 방어적 수단으로써 쟁의행위는 직장폐쇄 개시는 물론 직장폐쇄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에서 충족돼야 하며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조 쟁의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철회하면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해제해야 한다(대전지법 1995.2.9 선고 93가합566 판결, 서울남부지법 2007.4.11 선고 2006노1679 판결 등). 원심판결에서 판시한바와 같이 늦어도 이 사건 노동조합이 회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파업 철회 및 근로복귀 의사를 표명하고 조합원 241명의 근로제공 확약서를 보낸 2010년 9월6일께 이후부터는 이 사건 직장폐쇄는 쟁의대항행위로서 상당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격적인 직장폐쇄로서 위법하며, 이 사건 대상판결에서도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2010년 9월 회사진입 시도와 10월 회사진입은 모두 위법한 직장폐쇄기간 중에 발생된 것으로서, 판례는 사용자의 위법한 직장폐쇄시에는 사용자의 퇴거명령에 불응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위법한 직장폐쇄 기간 중 사업장에 출입 또한 허용되며 이 과정에서 별도의 위법행위가 있지 않는 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대학교의 직장폐쇄가 정당성이 결여된 경우 100여명의 근로자들이 경찰 1개 중대병력을 뚫고 대학 진입로를 통해 학교 내 신축 중이던 도서관 앞까지 들어갔다 한들 총장실이나 대학교 사무실에 들어가 학사업무를 방해하는 등 별도의 위법행위로 나아가지 아니한 이상 건조물침입으로 인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대법원 2002.9.24 선고 2002도2243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회사진입이 사용자측의 점유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그와 같이 판단한 근거는 나와 있지 않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0년 10월4일 위법한 직장폐쇄에 대항해 용역들이 막고 있는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가 공장식당 앞에서 상황보고대회를 하고 ‘조합사무실 출입보장, 근로제공 요구, 성실교섭 촉구’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집회를 진행했는바, 노동조합 지침으로 조합원들에게 생산현장에는 들어가지 말도록 지도했다.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대표이사 면담이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주선으로 노사 간 실무자들이 만나 다음날 대표이사와 면담을 하기로 하고 노동조합은 자진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현장 출입을 시도하거나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 요컨대 위법한 직장폐쇄에 대항하기 위한 진입행위만 있을 뿐 생산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별도의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점에서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

5. 징계양정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4명에 대한 징계양정의 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쟁의행위에서의 대표격인 지회장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이 사건 지회는 수차례에 걸쳐 위법한 직장폐쇄 철회 및 업무복귀,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직장폐쇄 명분이 퇴색된 이후에도 이를 지속해 노사관계를 악화시켰고, 노동조합의 관계개선 촉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회사와 노무컨설팅 업체를 상대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 사건 회사가 노무컨설팅 업체와 공모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에 지배·개입함으로써 불법행위를 했음이 인정되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 판결까지 선고된 것을 감안한다면(서울중앙지법 2017.2.16 선고 2013가합67599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지회장이 지회 대표로서 대내외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파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외형만을 중시하고, 파업 장기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누구 제공했는지 등 노사관계 악화의 실질적인 책임소재를 살피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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