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당산역에서 승객이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벗어난 사고 발생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는 지난 14일 오후 6시5분에 발생했다. 열차는 그대로 출발했지만 다행히 승객은 스크린도어 비상안전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빠져나가면서 화를 피했다.

당산역 사고는 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 김포공항역에서는 승객이 승강장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열차 출발 후 승강장으로 튕겨 나가 사망했다. 두 건의 사고 이면에는 스크린도어 감지 센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안전문 센서 감지시간 3초와 10초 사이=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은 스크린도어 센서 감지시간이 3초로 설정돼 있다. 1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이 감지시간을 너무 짧게 설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지시간이 짧으면 갑작스런 승객 승하차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기업인 서울메트로 자회사가 운영하는 9호선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의 스크린도어 감지 시간은 10초로 설정돼 있다. 김포공항역에서 사고가 난 이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노후화한 스크린도어 9곳을 전면교체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는 전동차 출입문이 닫히면 센서 작동이 멈추는 구형모델이다.

서울 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하는 A씨는 “센서 감지시간을 늘리면 오작동 발생 가능성이 있어 열차가 연착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있을 사고를 방지하고 승객 안전을 위해서는 센서 감지시간을 길게 두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센서 작동시간을 늘리면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효율성은 낮아진다는 뜻이다. 민간기업이 선택지는 분명했던 셈이다.

사고와 관련해 1단계 운영사 관계자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센서 활성화 시간을 현재 3초에서 연장하고 장애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기술적 검토를 통해 최대한 빨리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서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민간자본에 운영권 넘어가는 9호선=서울시는 2단계 구간과 미개통구간인 3단계(종합운동장~보훈병원) 구간 운영사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현재 2단계를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자회사와 재계약하지 않고 공모를 통해 민간업체를 선정한다.

서울시는 이달 22일부터 7월1일까지 모집공고를 내고 심사를 통해 8월25일 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9호선 2·3단계 운영사 공모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민간업체인 1단계 운영사에 운영권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로 운영사를 선정하면 1단계 운영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본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애초 지하철은 서울시민의 것이어야 했지만 민자사업으로 출발한 9호선 1단계 구간은 그렇지 못했다”며 “1단계 구간도 공공부문으로 다시 가져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위원은 “민간위탁 운영사의 경우 운영수익이 나면 운영사가 독점하지만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면 운행이익은 다시 기관에 재투자된다”고 "수익에 직결되는 인력운영에도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1단계와 2단계의 근무조건에는 격차가 있다. 1단계 구간 기관사의 하루 운전시간은 5.5시간, 휴게시간은 1.5시간이다. 2단계 기관사는 하루 5시간 운전하고 2.5시간의 휴식이 보장된다.

노동조건은 이직으로도 나타난다. 2015~2016년 2년간 1단계 운영사에서 124명이 이직한 반면 2단계 운영사에서는 27명이 직장을 떠났다. 배당금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1단계 운영사는 연평균 33억5천만원을 배당했고, 2단계 운영사에는 1억2천만원이 배당됐다.

◇서울시 “교통정책에 부합하는 업체 선정”=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년간 1단계 외국회사에 혈세가 수백억원 지출됐다”며 “1단계 운영사가 2·3단계까지 운영하면 현재보다 세금 유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서울시민 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공모추진계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시문 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장은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는 사기업 특성상 시설 투자를 하지 않고 안전은 뒷전으로 내모는 정시운행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공모를 중단할 특별한 사유가 없기 때문에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운영업체 선정 기준은 비용뿐만 아니라 안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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