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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지표지옥에 갇힌 노동자 ④] 지옥 탈출하기[마지막 지표지옥] 노동자·고객은 자영업자·호갱이 아니다
   
▲ 김석우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장

고3 현장실습생 홍수연양이 콜수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신과 케이블방송 업계는 ‘실적’이라는 말로 노동을 수치화해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회사는 이 지표를 기준으로 노동자들을 등급화하고 노동을 쥐어짜는 도구로 사용한다. “아빠, 나 콜수 못 채웠어”라는 홍양의 문자는 지표에 노동을 저당 잡힌 우리 시대 노동자들의 힘겨운 사투를 보여 준다. 희망연대노조가 ‘지표지옥’에서 비용절감과 실적압박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전한다.<편집자>


“회사가 활발하게 굴러가고, 노동자 근로의욕을 고취할 적정수준의 압박과 평가는 필요하다.”

방송통신업계 대다수 기업·관리자·고객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원청인 재벌대기업들은 기술·서비스 수준, 고객평가, 영업실적을 종합해 ‘지표’라는 것을 만든다. 기업들은 지표를 통해 경쟁원리와 성과주의를 고객과 노동자에게 학습시켜 왔다. 지표가 제대로 된 노동과 제대로 된 서비스를 가로막는데도 말이다.

노동의 시각에서 지표는 방송통신업계 하도급 구조와 중간착취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원청은 비용을 줄이고 사용자 책임을 은폐하면서 지표를 통해 노동자의 노무와 실적을 관리하고 압박한다. 하청은 중간착취를 계속하고, 늘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옥죈다. 원청 대기업은 하도급으로 업체를 쪼개고, 하청은 지표로 노동자들을 쪼개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하도급과 지표로 만들어진 먹이사슬의 끝에 서 있다.

지표는 노동자들이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동료들과 경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강제한다. 근로자와 자영업자 지위를 동시에 갖는 이른바 ‘근로자영자’는 바로 하도급 구조와 지표가 만난 지점에서 형성된다.

방송통신업계에서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등을 설치·수리하거나 고객을 상담하는 노동자 대다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건당 수수료와 건당 인센티브를 받는다. 최근 방송통신기업들이 하도급업체에 내려보내는 지표는 기술서비스보다 영업실적 중심이다.

원인이 분명하기에 답도 분명하다. 하도급 구조와 실적 중심 지표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영자가 사라진다. 노동자는 노동자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고, 고객은 ‘호갱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유료방송 딜라이브와 고객센터 텔레웍스는 노동조합이 수년 동안 싸우면서 지표지옥을 바꿔 냈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120다산콜재단 설립과 동시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지표와 평가를 중단시켰다.

그래서 이 싸움의 든든한 지원자인 고객과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 가지만 부탁드린다. 꼭 기억해 달라. 대다수 방송통신기업들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을 ‘시간당 상담건수’로 평가하고, 대다수 설치·수리기사들에게 과도한 실적을 강요한다. LG유플러스고객센터 상담사 고 홍수연님 사연부터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는 현장노동자들의 이야기까지…. 노동자들이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알아 달라.

두 번째로 해피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달라. 해피콜은 ‘반인권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고객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해피콜이 아니다. 해피콜로 해피한 사람은 없다. 노동자를 필요 이상으로 옥죄는 해피콜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노동자와 고객이 새로운 해피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주목해 달라.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노동자 권리가 고객 서비스로 전이되는 방식이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고객이 만족스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함께 움직여 달라. 옛 우화에 나온 대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듯.

김석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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