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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겨우내 타올랐던 촛불집회가 5월10일 문재인 시대를 열었다. 촛불대선이라 불렸던 5월9일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선출됐고, 곧바로 그 임기를 시작했다. 지금 세상은 온통 문재인이다. 대한민국은 오늘 문재인의 날이라고 대통령으로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로 쏟아지고 있다. 2017년 봄을 뜨겁게 달궜던 선거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양 그 흥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단지 나머지 후보자들은 제외되고 오직 문재인만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 다르다. 청와대비서실장·민정수석 등 각종 인사를 단행하면서 적폐 청산 의지를 밝혔고, 인천공항공사를 직접 방문해서는 간접고용을 포함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공약 이행 의지를 천명했다.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문재인은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노동관련 공약을 실천할 것이라는 믿음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니 긴가민가했던 이들조차 이번에는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오늘 그를 지지해서 투표용지 1번란에 기표했던 이들은 물론, 그로는 부족하다며 그보다 더욱 노동자권리 보장을 위한 공약을 했던 후보란에 기표했던 이들조차도 기대하며 맞이하고 있다. 바야흐로 오늘 대한민국은 문재인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공약을 다시 읽었다. 공약을 이행할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오늘, 문재인 후보의 노동관련 공약을 다시 살펴봤다. 문재인 시대에는 어떤 노동자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자세히 읽어 봤다. 그는 10대 공약에서 노동관련 공약은 제1호 공약으로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놓았다. 구체적인 이행방법으로 첫째,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면서 소방관·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천개, 보육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 부문 일자리 34만개, 공공부문(위험·안전업무 등)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 및 근로시간단축으로 3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창출에 관한 공약은 대통령 문재인의 실천 의지로 충분히 이행을 기대할 만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서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겠다고 천명한 것을 통해 우리는 문재인의 공약 이행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둘째,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하겠다며 “1천800시간대 노동시간을 임기 내 실현하고 법정 최장 노동시간인 1주 상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 축소하고 공휴일의 민간 적용 및 연차휴가의 적극적 사용 촉진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하겠다”고 이행방법을 밝혔다.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 축소, 공휴일의 민간적용에 관한 공약은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내지 근기법 시행령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연차휴가의 적극적 사용 촉진은 그로인해 발생할 연차휴가수당 감소에 따른 노동자 임금손실 보전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은 법정 최장 노동시간으로 1주 52시간을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이행방법을 공약했다. 1주간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근기법 50조)에 추가해 당사자 간 합의로 12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근기법 53조가 우리 법이 정한 최장 노동시간이라며 이를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그동안 연장근로에는 휴일근로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 온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폐기를 전제로 한 공약이라고 볼 수 있다. 1주일이 일요일 등 휴일까지 포함한 7일이라는 건 노동부 말고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니, 비정상을 극복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나라다운 나라’에서는 마땅히 폐기하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그저 대통령이 ‘정상인’을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면 될 일이니 의지만 있으면 된다. 문재인은 임기 내에 1천800시간대의 노동시간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대한민국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을 말한다. 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평균이니 이건 1주간 최장 노동시간 52시간 준수를 통해서 어느 정도 달성하는 수준일 것이다. 문재인의 노동시간 공약에서는 법정근로시간은 없다. 연장근로에 관한 근기법 53조는 있으나,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50조는 없다. 1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해서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없도록 한 근기법 50조는 법이 정한 최장 노동시간인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것이다. 괜히 이를 위반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장시간 노동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제는 우리의 경우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으로 당사자 간의 합의로 정한 노동시간은 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면 무효인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연장근로에 관한 근기법 53조는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50조의 예외로 해석·집행돼야 마땅한 것이고, 따라서 도저히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당시에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할 수가 없는 연장근로에 한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의 공약에서는 이러한 해석을 읽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노동시간 문제를 일자리 만들기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은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자체가 노동자권리로서 목적이다.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될 것이 아니다. 일자리 만들기의 수단이라면 장차 일자리가 넘쳐나고 인력을 구하기 어렵게 된다면 도로 장시간 노동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세 번째의 이행방법은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며 이를 위해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가칭) 제정 등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화로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감축”하고,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법으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정”하며,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점차적으로 정규직화”하고, “동일기업 내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강제”하며, “사내하청에 대해서 원청기업이 공동고용주의 책임을 지도록 법을 정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비정규직 관련 공약에서는 비정규직의 철폐가 아닌 차별 해소가 문재인 시대의 원칙이라는 걸 읽을 수가 있다. 상시·지속적 일자리의 정규직 고용 원칙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까지 그 원칙으로 규정해서 적용될 것인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등 현행 비정규직 관련법도 차별금지를 천명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도를 그대로 두고 차별 해소라는 방법으로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야말로 과거 노무현 시대의 비정규직입법 추진의 취지였다. 공약만으로는 아직 기대하기 곤란하고, 문재인 시대에 나올 비정규직 격차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문재인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수준인 비정규직,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분명히 기대할 만한 것이다. 그 밖에도 ‘청년이 존중받는 일자리’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에 관한 문재인의 공약에서도 노동관련 공약을 밝혔다.

이상 문재인의 노동관련 공약에서 문재인 시대를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공약을 실현할 의지를 분명히 보여 주고 있는 오늘, 우리는 어떻게 문재인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가. 분명히 문재인의 공약에서 노동자권리에 관해서 있고 없는 것이 존재한다고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노동자권리를 위한 노동운동은 없는 것을 노동자권리로 요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문재인 시대를 기대하고 있는 오늘을 이 나라 노동운동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이석행·이용득·문성현 등 이 나라의 수많은 노조간부 출신 활동가들이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그들은 문재인 시대를 누구보다도 노동자권리를 위한 시대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그들을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로 취급한다면 아마도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최대 정파를 이룬다고 말할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문재인이고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이다. 아무리 많은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 문재인을 지지해서 선거운동을 하고 기호 1번란에 투표했다고 해도 이 나라 노동운동은 문재인 시대에도 노동자권리를 위해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은 요구하고 투쟁하는 노동운동에 관해서는 공약하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권리를 확보해 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사용자 자본과 권력에 맞서 노동자권리를 요구하고 투쟁하는 노조활동 등 노동운동에 관해서는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공약에는 없다. 사용자처럼 노동자도 당당히 주인인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노동자 자신의 운동인 노동운동은 다른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공약 이행으로 실현될 노동자권리의 크기만으로 그 세상을 평가할 수 없다. 노동자가 단결해서 요구하고 투쟁하는 크기로 노동운동은 세상을 평가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노동자 자신의 운동임을 분명히 하고서 스스로 노동자권리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투쟁해야 할 일이다. 문재인 시대에서 노동운동이 무엇인지는 노동운동 스스로에 달려 있다. 문재인에 기대하고 말 것인가, 스스로 요구하고 투쟁할 것인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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