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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부장)
▲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부장)

보건의료노조에 걸려 오는 상담전화 대부분은 최저임금 위반과 시간외 근로수당 미지급, 부당해고, 부당전직, 모성보호에 관한 것이다. 노동자가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이라 일컬어지는 근로기준법만 준수되더라도 노조에 상담을 의뢰할 이유가 없는 것들이다. 이들이 속한 사업장 백에 백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다.

상담통화 중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우선 해당 사업장에 시정을 요구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나의 권리’는커녕 그저 모나지 않게, 성실히 일해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살 길임을 체득한 우리가 이제 겨우 노동현장에서 ‘우리의 권리’에 눈을 떴다고 해서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지 모를 사업주에게 “이건 당연한 우리의 권리예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도 혼자서.

그래서 통화 말미에는 꼭 “선생님 노동조합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때요” 하고 묻는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손사래를 친다. 그 순간 그들의 머리에는 어떤 상이 지나간 걸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각종 괴롭힘과 불이익을 당하며 해고된 노동자일까? 순간 내가 노동조합을 무슨 동호회 가입하는 것처럼 쉽게 말했나 싶어 멈칫한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초 미조직 사업장을 담당하며 겪었던 우여곡절이 떠올라 머리를 가로젓는다. 아찔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름 있는 대학병원이었지만 노동조합이 설립되자마자, 노조파괴 전문가로 불리는 이를 채용해 ‘부당노동행위 잔치’(핵심 간부 징계·강등·배치전환, 노조탈퇴 종용, 반노조 발언, 노조가입 범위 제한 및 불이익 위협)를 했던 사업장, 노동조합이 설립되자마자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노조 핵심 간부와 조합원만을 정리해고한 사업장, 노조설립 직후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위장폐업을 하고 설립 후 3년간 갖은 방식(자료제출 거부, 합의내용 번복 등)으로 단체교섭을 해태하다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자 그제야 마지못해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업장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매뉴얼처럼 부당해고·징계·배치전환과 노조탈퇴 종용, 반조합적 발언 등의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당연한 수순인 듯했다. 노조도 이에 상응한 법적·활동적 대응을 전개해 가지만, 사용자는 법의 심판과 여론은 아랑곳없는 듯했다. 일단 노조만 없애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 시기를 노동조합이 단결력과 조직력으로 이겨 내면 그 노조는 안정화 기조에 들어가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은 사용자의 각종 부당노동행위 공세 앞에 속수무책으로 ‘함께 잘사는 삶, 더 좋은 직장’을 만들겠다는 당연한 꿈을 접어야 했다.

보건의료노조 조직담당자는 조직화 상담 때 꼭 이렇게 말한다. “노동조합 만드는 건 쉬워요. 그러나 그걸 지키는 건 어렵습니다”라고. 예방주사를 놓아 주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동문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적폐’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실종이 1·2·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보더라도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조차 힘든 현실을 바꾸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임에 분명하다.

더 이상 ‘노동조합 만들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는 식의 예방주사가 필요 없는 세상, 노조 가입 제안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통해 우리의 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지난 대선 기간 중 한 후보는 정체불명의 ‘강성노조·귀족노조’ 운운하며 노조를 ‘제압’하겠다는 노조혐오 발언을 스스럼없이 한 바 있다. 대선후보라는 사람이 부당노동행위를 하다니,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렇듯 시대에 뒤떨어진 발언을 한 이는 당연히 패배했고 촛불의 힘을 등에 업은,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부디 노동조합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길 기대한다. 노동인권이 시혜적 차원을 넘어 ‘노동자 스스로의 목소리’로부터 구현될 수 있도록 노동 3권을 구체화하는 법과 제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가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언제든 광장 민주주의를 직접 몸으로 체득하고 각인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소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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