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혁명 결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촛불시민혁명의 완성이 아니다. 본격적인 시작이다.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시민의 삶이 나아져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말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용불안·노후 생계불안·안전사고 불안 등 온갖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차별대우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 등을 통해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좋은 사용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노동부가 보여 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부 중앙부처에 노동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경제부처의 일개 국(局) 정도 역할에 머문 것은 아닌가 하는 자조(自嘲) 섞인 평가도 있었다. 정부조직법(26조1항)은 17개 행정각부를 규정하고 있다. 규정 순서가 소위 서열 내지 순위를 의미한다. 노동부는 17개 부처 중 환경부 뒤인 14번째에 위치한다. 기획재정부가 1순위로 부총리를 겸임하고, 교육부가 2순위로 역시 부총리를 겸임한다. 국무회의에서 정부 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부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경제부처 중심으로 결정된 노동배제적 정책을 일방적으로 하달받아 노동부의 가치와 존재의의에 반해 노동계를 억누르면서 집행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 그동안 노동부의 모습이었다.

노동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대통령과 프랜시스 퍼킨스(Frances Perkins) 노동부 장관의 예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 당선되고 1945년까지 4선으로 재임하는 과정에서 퍼킨스가 12년 동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뉴딜정책을 시행하면서 1935년 전국노동관계법(NLRA·와그너법)을 제정해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노조 조직률을 30% 정도까지 제고했다. 퍼킨스는 뉴딜 일자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 위해 민간자원보존단·연방노동국·공공사업국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1938년 공정노동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을 제정해 최저임금, 주당 40시간 근무제 및 시간외근무시 추가수당 지급 의무화, 16세 이하 아동노동 금지, 고용보험(실업수당) 도입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소득격차를 해소해 대압착(Great Compression)의 자본주의 황금기를 열었다.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소득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된 현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과 퍼킨스 장관의 적극적인 노동정책, 노동운동 보장을 통한 중산층화 정책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신뢰에 기반을 둔 노동부 장관이 가능하다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면서 일관성 있게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노동의 관점을 올바로 대변해 정부 정책이 제대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처 장관들과 대등한 지위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이를 공개해 국민 참여를 거쳐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그럴 경우 노동부 공무원들은 경제부처 공무원들과의 논쟁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소신껏 전문성을 발휘해 열정적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필요한 자리에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발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긴 하지만, 노동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면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합해 노동복지부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부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장기적인 교육정책을 담당하도록 하고, 교육부는 축소해 대학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삶 개선과 사회 발전을 위해 노동부의 역할을 높이고, 경제부처와 대등한 지위에서 정책 결정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제도화와 성공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법률 개정을 하지 않고 행정만 제대로 해도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넓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근로감독관 증원과 근로감독 강화 및 검찰 공안부 폐지와 노동전담검사 도입, 잘못된 행정지침 폐기와 노동행정 시정,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확대 및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해소 등을 위한 적극적 행정을 비롯해 할 일이 너무 많다. 쉬운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 등 양대 지침 폐기와 위법하게 도입한 성과연봉제 무효화, 대법원 판결로 불법파견이 확정된 사내하청에 대한 엄격한 근로감독은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노동부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그런 당당한 노동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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