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가 퇴직연금 적립을 이유로 비정규교수 임금을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은 “분할지급하던 퇴직금을 연금으로 적립한 것일 뿐 일방적인 임금 삭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교수들이 항의하자 "과거에 퇴직금을 분할지급했다"며 퇴직금 반환청구 소송까지 냈다. 급여로 지급됐던 퇴직금을 학교가 돌려받은 뒤 법원 판단에 따라 퇴직금을 재정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정규교수들은 “임금 삭감이 사전 협의도 없이 진행돼 통장을 보고 나서야 삭감사실을 알았다”며 “임금 삭감 전에 퇴직금 분할지급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어 퇴직금과 급여 삭감분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퇴직금 분할지급에 동의했는지,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를 놓고 양자가 맞서고 있다.

◇동의 없이 임금 17만3천원 삭감=김영수(55)씨는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임용돼 대학중점연구소 지원프로젝트를 했다. 김씨는 14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상대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만 받고, 그 이전 기간에는 퇴직금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3명의 학술연구교수는 2014년 이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올해 2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진주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학술연구교수로 임용되고 3개월 뒤인 2008년 2월 학교와 초빙교원 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월 225만원의 보수를 받고, 매월 지급되는 수당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김씨는 “1년에 한 번 지급되는 연구성과장려금 외에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주는 수당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2년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2010년 계약서에는 “수당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빠졌다. 대신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거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4년 뒤인 2014년 2월에는 225만원이던 임금이 17만3천원 삭감된 채 지급됐다. 김씨는 “학교가 동의도 없이 퇴직금 재원 마련을 위해 임금을 깎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퇴직한 김씨는 임금이 깎인 2014년부터 2년간의 퇴직금만 수령했다. 김씨를 비롯한 학술연구교수들은 2014년 이전 퇴직금과 동의도 없이 삭감된 보수(월 17만3천원)가 체불임금에 해당한다며 학교에 지급을 요구했다.

경상대 관계자는 “2008년 계약 당시 퇴직금 명목으로 임금의 12분의 1을 포함해 월 225만원으로 보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2014년 임금이 강제 삭감된 게 아니라 임금에 포함된 퇴직금을 별도로 적립하면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부당이득 반환? 요건 안 돼”=양측은 2014년 이전 퇴직금 지급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학교는 “연구교수들이 분할지급에 동의했고, 임금에 포함된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했지만 김씨를 비롯한 연구교수들은 “분할지급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근로계약서에는 분할지급 규정도, 실제 지급되는 수당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학교는 우리가 퇴직금 분할지급이나 적립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2008년 첫 계약 때부터 퇴직금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고, 계약서에도 퇴직금 분할지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학술연구교수는 시간강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이라서 학교와 각을 세우는 것을 피한다”며 “임금이 삭감됐을 때도 을 처지에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퇴직금 분할지급은 퇴직할 때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 법률상 무효다.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개정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이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됐다. 매월 분할지급된 퇴직금은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어 반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경상대는 2014년 1월까지 매월 보수로 지급된 월 225만원에서 퇴직금 명목의 17만3천원을 연구교수들이 부당취득했다며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승섭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승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존재하고, 임금 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제 지급했을 경우 학교는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경상대는 별도의 중간정산요청 사실도 없고 실제 입금한 금원도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국립대에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퇴직금을 떼먹으려고 하겠느냐”며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법원 판단에 따라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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