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국장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한국노총을 찾아와 이야기했다.

“사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종북이다’ ‘좌파다’ 몰릴까 봐, 그런 프레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노동을 제대로 내걸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들을 이번에는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쪽에도 국민 지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정권교체 이후에도 밀어 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근래 들어 노동과 관련한 가장 가슴 뜨거운 이야기였다. 왜 아니겠는가. 지난 시절 노동은 존중은커녕 소외되고 고립됐다. 오죽하면 여당 대표가 “표를 잃더라도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겠다”고 비아냥댔을까. 그런데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가 노동의 가치를 내걸고 ‘정면돌파’하겠다고 하니 이건 결코 립서비스를 넘어서는 차원이었다.

되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청산해야 할 과거이니 살펴보면, 지난 보수정권은 노동부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바꾸면서 업무 중심을 ‘고용’에 뒀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형식적인 고용률 목표 달성을 위해 질 낮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노동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흔들리고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한마디로 노동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무너졌다.

이는 노동부가 스스로 밝힌 부처 임무에도 잘 나타나 있다. 노동부는 자신들의 대표적인 임무를 ‘고용률 70% 달성’이라고 밝혔다.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미래창조형(세상에나!)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정체 모를 단어의 조합으로 늘어놓았다. 눈 씻고 찾아봐도 노동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주무부처 기조가 이러니 국무회의 때 노동부 장관이 노동 편을 들어 발언했다는 이야기는 귀를 씻고 들어 봐도 만무하다. 그들은 그저 수첩을 꺼내 박씨의 (최씨에게서 건네받은) 말씀을 적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 모진 세월을 보내고 나니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대통령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특히 국무총리·비서실장·청와대 수석 인사가 발표되면서 많은 국민이 ‘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발표되는 다음 인선을 기대한다. 기대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한다.

내친김에 노동 관련 인사도 그러하길 바란다. 나는 그의 노동에 대한 철학을 믿는다. 그리고 맘껏 기대하려고 한다. 다만 그것이 현장 노동자들에게까지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의 생각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로 노동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그가 노동계의 바람을 충분히 들어주기를 바란다. 이제 노동계도 한껏 환영하고 손뼉 칠 수 있는 노동부 장관, 청와대 비서진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경제성장 정책은 이제 폐기해야 합니다. 다음 정부의 성장정책 맨 앞에 노동자의 존엄, 노동의 가치를 세우겠습니다.”

5월1일 노동절에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이다. 이 약속은 비단 한국노총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일 터다.

2017년 5월1일의 연설이 두고두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회자되기를 바란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 노동자들의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불리고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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