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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대통령 약속 지키길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개막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촛불광장 목소리에 화답하듯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슬로건으로 당선했다. 예상한 일이지만 세 번째 민주정부가 출범하니 벅찬 느낌이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는 끝났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장기간 국정공백을 초래한 박근혜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이제 의미 없게 됐다. 보수정부 9년이 남긴 적폐 청산뿐만 아니라 양극화로 피폐해진 국민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내건 ‘내 삶이 바뀌는 정권교체’의 의미가 채워지리라.

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자리 공약은 곧 국민 먹거리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다. 선거로 잠시 미뤄졌을 뿐 민생은 파탄 일보 직전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1분기에 경기가 반짝 상승했지만 서민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새 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민간기업은 여전히 눈치만 살핀다. 일자리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국민은 그를 선택했다.

물론 일자리 창출 주체가 기업과 민간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은 단기 미봉책이라는 비판이다. 타당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야말로 경직된 원칙론일 뿐이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각국 정부는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에 힘을 실었다. 위축된 민간부문을 자극하고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저성장과 경기침체라는 악재에 처한 우리나라 실정상 꼭 필요한 정책이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자 간에 미흡하나마 논쟁이 전개됐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견인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때마침 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대책을 강조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일자리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 1순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일자리 과제를 달성하겠다”며 일자리 100일 플랜을 약속했다. 81만개 일자리는 소방관·경찰·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천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30만개 등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10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 편성을 약속했다.

공약만 이행하더라도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반면 세부 공약을 뜯어보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공약사항 실천을 위한 로드맵을 두고 논의가 전개되기보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의 기구 구성에 관심이 쏠리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항간에는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무국을 둔 일자리위원회 기구표까지 나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 부처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제사보다 잿밥에 마음이 있다"는 속담을 빗댄 비판까지 나온다.

총수의 결단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재벌그룹과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법률과 규정·규칙을 바탕으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집행하는 조직이다. 어떤 정책이라도 충분한 논의를 필요로 하며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국회 협조도 필수적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속도전으로 달성하기 힘든 과제다.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것은 일자리위원회 기구표가 아니다. 민관 합동으로 일자리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거버넌스 전략’을 짜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라도 민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절차를 밟아 가야 한다. 그러려면 일자리위원회 구성부터 향후 로드맵까지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야 공직사회와 국회의 협조, 국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새 정부는 외교안보부터 민생문제까지 숱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에 성공한 일자리 대통령으로 평가받길 기대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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