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는 마스크 쓰고 쇠막대기를 휘둘렀다. 닥치는 대로 부쉈다. 능숙했다. 얼굴 가린 또 다른 사진가는 못 박힌 각목을 부지런히 날랐다. 시인과 해고자와 비정규 노동자며 소식 듣고 제 발로 찾아온 촛불시민까지 지난겨울 광장에서 동상을 걱정하던 이들이 지금 파상풍 걱정하며 공사장을 누빈다.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공사가 시작됐다. 벽지 한 꺼풀 벗겨 내니 곰팡이가 말도 못했다. 말끔해 보였는데 속으로 썩었다. 주인 잃은 오래된 변기도 뜯어냈다. 화장실 벽에 붙은 빨간색 장미꽃만이 새것처럼 선명했다. 오월, 집 뜯어고치느라 여기저기서 바쁘다.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이 짬을 내 참을 먹었다. 두부김치에 막걸리가 어울렸다. 몇몇이 천막농성장 지키러 먼저 떠났다. 내일을 기약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