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2017년 5월10일 오전 8시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선언했다. 몇 시간이 지난 정오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짧은 취임선서를 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숨 가쁜 일정을 보냈으리라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노동자와 시민의 기대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긴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자정 무렵 당선이 확실시된 즈음 광화문에서 “지난 겨울 광장 촛불의 여망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통령이 발표한 수많은 공약을 한 줄로 정리해 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정부패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로 요약된다. 노동자들과 시민들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노동자들은 기대를 넘어 조급증이 날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여년 동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어 본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안중에는 노동자가 없었다. 2010년과 2011년에 시작된 타임오프와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 3권을 껍데기로 만들어 버렸다. 탄핵을 자초한, 정부 법률에도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지침 해석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제도 강행 앞에서 노동자들은 ‘아!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돌이켜 보면 노동자들은 분연히 일어났다. 너나없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힘을 모았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대표로서 한국노총은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된 대로 100만 조합원이 혼연일체가 돼 문재인 후보 선거캠페인을 주도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노동기본권 침해가 오늘이라도 해소되길 바란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정책은 좀 미루더라도 행정부와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공공노동자들을 옭아매는 성과연봉제와 쉬운 해고에 관한 행정해석은 당장 폐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행정은 모두 합헌이다.

축하만 해 줘도 모자랄 판에 무슨 요구가 그리 많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노동자들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노동조합이 완전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이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 공약’을 읽고 있다. 잘 만들어진 공약집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대로만 된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87쪽),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판정시 즉시 직접고용(고용의제) 제도화”(89쪽)라고 써 놓았는데, 그 다음이 공백이다. 구체적인 실현 전략이 없다.

지나친 노파심이길 바란다. 앞으로 채워 가리라 기대한다. 혹시 아직 고민 중이라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제안을 해 본다. “노동조합에게 신청권을 줘서 차별시정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 파견업체와 사용업체 모두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정도면 어떨까. 노동조합을 통한 노사자율만이 수많은 난제를 풀어 나가는 시작이라는 데 동의해 줬으면 한다.

축하한다고 해 놓고서 너무 빡빡하게 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해서 공약집에 없는(눈이 어두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한 아주 좋은 공약을 소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광화문 유세에서 “내년부터 어버이날은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광장에 모인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필자도 그랬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어버이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5월1일 노동절은 반드시 법정공휴일로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공약을 실천하는 데 있어 이보다 실효성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다. 아예 노동절이 있는 주간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둔다면 어떨까. 노동과 가족을 모두 지킬 수 있지 않겠나. 마침 요즘 학교에서도 이즈음 단기방학이다.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이 행복한 나라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나라이지 않은가. 대통령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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