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는 물량에 따라 수시로 고용을 변동하기 위해 하청노동자를 사용한다. 이달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전도사고로 발생한 31명의 사상자들은 모두 하청노동자들이었다. 노동절인데도 이들은 선박 인도시기가 촉박한 해양플랜트부문에 투입돼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

하청노동자들은 정부가 정한 임시공휴일인 대통령선거일에도 대다수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는 10일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선거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선소 하청노동자 70%가 투표 당일인 9일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회는 전날 조선소 하청노동자 2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선거권 실태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선거 당일이 휴일이 아니라 출근하는 날이라고 답한 노동자가 123명(48%)이나 됐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무급휴일이라고 대답한 노동자는 101명(39%)이었다.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보낸 노동자는 34명(13%)에 그쳤다. 반면 9일 출근한 노동자는 180명(70%)이었다. 무급휴일인 101명 중 실제로 일을 하지 않은 노동자는 44명밖에 없었다.

투표권이 전반적으로 제약받는 상황인데도 하청노동자들의 투표율은 81%(209명)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투표율(77.2%)보다 높다. 113명(44%)이 사전투표를 했다. 사전투표 전국 평균(26.06%)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지회 관계자는 "선거 당일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투표가 있던 4~5일 미리 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일을 법정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법정유급휴일이 아니다. 법정유급휴일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주 1일 유급휴일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근로자의날법)에 따른 5월1일 노동절로 한정돼 있다. 지회는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내용으로 근기법을 개정해 노동자들의 투표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