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광고탑에서 고공단식농성을 한 노동자들이 10일 오후 지상으로 내려왔다. 지난달 14일 농성에 들어간 지 27일 만이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로 꾸려진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농성은 중단하지만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공동투쟁위는 비정규직·정리해고와 노동 3권 보장 문제를 대선 의제로 만들기 위해 농성투쟁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내부를 향해 투쟁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조기 대선을 이끈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대선후보들이 경청할 것이라는 생각에 비정규직 문제를 요구하며 하늘에 올랐지만 유력후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우리의 간절함만큼 조직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해 주지는 않았지만 내부를 가다듬어 다시 싸움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여섯 동지의 절규를 민주노총은 가슴 깊이 새겼다"며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드는 대장정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동투쟁위는 "고공단식투쟁을 결의했던 마음과 결의를 간직하며, 땅에서 동지들과 연대하겠다"며 "정권에 헛된 기대를 걸지 않고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스스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투쟁사업장 노동자 6명은 지난달 14일 광화문광장 인근 세광빌딩 옥상 광고탑에 올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6명 중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은 단식농성 22일째인 이달 5일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먼저 땅을 밟았다.

이날 농성을 중단한 김경래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장재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5명은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후송됐다. 해당 건물주는 이들을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이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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